폴크스바겐·재규어랜드로버, 볼보 성공사례 거울 삼아 올해부터 정가 낮춰
볼보, 합리적 가격 정책 통해 두 자릿수 성장···상반기 독일3사 이어 4위
폴크스바겐 ‘제타’ 성공 경험 자신감···재규어, 브랜드 이미지 악화로 가격정책 실효성 ‘물음표’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폴크스바겐코리아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올해 새로운 가격 정책을 도입하며 새 출발을 선언했다. 양사는 최근 계속된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정가를 내리고 진입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이는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국내에서 실시한 가격 정책과 유사하다. 볼보차코리아는 그동안 수입차 시장에서 만연했던 할인 정책 대신 정가를 낮추는 전략을 실시하면서 판매 증가와 소비자 신뢰 상승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볼보코리아 판매는 7629대로 전년대비 16.9% 성장했다.
볼보는 2010년대 초반까지 독일차와 미국차, 일본차에 밀려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2014년 이윤모 대표가 취임한 이후 합리적인 가격 정책과 업계 최장인 5년/10만km 보증기간 전략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그 결과 볼보는 지난 2019년 처음으로 1만대 클럽에 가입했으며 올해에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3사 바로 뒤를 쫓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볼보의 성공사례를 보고 최근 폴크스바겐코리아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같은 가격 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201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수입차 업계 상위권을 기록했지만, 폴크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재규어랜드로버도 품질 및 AS 논란으로 인해 판매가 급감했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지난 2015년 3만5778대를 판매하며 당시 1위인 BMW(4만7877대)와 불과 1만대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판매량이 급감하며 좀처럼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8752대로 1위인 벤츠(4만2170대)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재규어랜드로버도 지난 2018년 1만5473대를 판매하며 최고점을 찍은 뒤 2019년 1만197대, 2020년 5676대로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폴크스바겐은 최근 출시한 티구안을 시작으로 새로운 가격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권장소비자가격을 낮춰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5년/15만km 무상보증을 통해 유지비용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재규어랜드로버도 올해 초 새로운 가격 정책을 발표하며 향후 출시하는 차량 가격을 1000만원 이상 낮추기로 했다.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연식변경 모델의 경우 가격을 낮추고, 상품성 개선 모델은 각종 사양 강화에도 이전 가격을 유지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또한 열악한 서비스 품질도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두 회사의 가격 정책이 먹힐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재규어랜드로버의 경우 올해 초 신규 가격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판매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재규어랜드로버 판매량은 1653대로 전년대비 40% 감소했다.
지난 수년간 누적된 차량 품질 및 AS 서비스 문제로 인해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또한 국내 수입 고급차 시장을 독일 3사가 꽉 잡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포르쉐·볼보까지 급성장하면서 설 곳을 잃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신형 제타를 2000만원대에 저렴하게 출시하면서 완판을 이뤄낸 경험이 있어서다. 최근 판매가 부진했던 티록도 3000만원 초반대로 가격을 낮추자 지난 6월 1029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모델별 판매 1위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이달 출시한 티구안은 폴크스바겐 모델 중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아 정가를 낮춘 가격 정책이 유효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의 경우 경쟁력 있는 가격만 유지한다면 판매 회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최근 수입차 소비자들이 고급차로 넘어가는 추세에서 대중브랜드인 폴크스바겐은 현대차그룹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