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팬이 된다는 것은 실제로 다양한 형태의 관계성을 맺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대상(가수, 배우, 작가, 캐릭터, 영화, 뮤지컬, 감독 등)과 맺고 있는 정서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공유할 수 있는 팬덤과의 관계성, 그리고 내가 그들을 통해 만들어내는 물리적이면서도 정서적인 실체와의 관계 등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미디어가 개인화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이동 중에도 간단히 스마트폰으로 촬영이 가능해졌고, 이는 이전까지 휘발되기 쉬웠던 순간들을 미디어 안으로 가둬놓을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인터넷 공간을 떠돌면서 이것들이 가지고 온 다양한 형태의 ‘욕망’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발터 벤야민이 이야기했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처럼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좀 더 선명하고, 좀 더 사실과 가까운(그러나 절대 그 순간에 다가설 수 없지만) 상태’로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의 순간들을 가두어 물리적 실체로 갖게 되는 다양한 욕망들을 표출하고 수행하게 된다. 캠코더와 카메라, 렌즈들이 불티나게 대여되고, 디지털 스트리밍을 통해 끊임없이 작품의 재생산이 이루어진다. 자기가 좋아하는 순간만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 일상화되고, 일회성 라이브 공연 같은 경우에는 미디어를 통해 최대한 담아낼 수 있는 부분들을 담아내려 노력하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공연을 하면서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는 일이 스마트폰 렌즈를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커튼콜이나 앵콜 촬영이 가능한 공연의 경우 사람의 눈을 보는 것보다 카메라나 스마트폰의 렌즈를 바라보는(카메라 컨택) 일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는 내가 지금 느끼는 희열, 그리고 그 공간과 시간(라이브니스)을 ‘미디어’를 통해 보존할 수 있고, 이것을 내가 보고 싶을 때 꺼내볼 수 있다는 ‘물리적 실체’로 간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욕망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되기도 하는데, 뮤지컬 공연에서 특별히 촬영이 허용되는 ‘커튼콜 데이’나 ‘스페셜 커튼콜 데이’의 경우, 대부분 그 회차가 매진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는 기록으로 남지 않는 공연의 특성상, 미디어를 통해 그 공연의 순간을 담으려는 팬들의 욕망을 잘 활용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복제가 되지 않는 ‘폴라사진’을 제공하는 ‘폴라데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의 폴라를 뽑기 위해 팬들은 기꺼이 티켓을 여러개 구매한다. 이는 미디어에 자신의 ‘최애’를 보존하는 것의 욕망이 팬들 사이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미디어에 보존된 우리의 최애를 몇 번이나 복기하게 될까. 물론 팬들 중에 루틴처럼 그 순간들을 다시 하나하나 꺼내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보존’하고 난 뒤 그것을 아카이빙 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