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조치 된 LG배터리 장착 전기차에서 화재···한국·미국·노르웨이 등
원인조사 재착수···전기차 업체 성장 위해 화재 리스크 극복 필수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에서 최근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리콜조치가 단행된 후 발생한 화재라는 점에서 안전성 논란이 재차 부상하고 있다. LG가 계획하고 있는 ‘글로벌 1위 배터리기업’ 도약을 위해 화재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논란이 된 모델은 현대자동차의 코나EV와 GM 쉐보레 볼트EV 모델이다. 코나EV는 지난달 충남 보령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이달 세종에서 세 차례 화재가 보고됐다. 볼트EV도 2개월 새 두 건의 추가화재가 발생했다. 모두 각사의 리콜조치가 단행된 이후에 발생한 화재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코나EV의 추가화재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원인규명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행정부도 볼트EV 제조사 GM과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선 상태다. 볼트EV의 가장 최근 화재는 지난 1일이다. 해당 차량 소유주는 티모시 브리글린(Timothy Briglin) 버몬트주 하원의원이다. 브리글린 의원은 하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소속이다. 추후 강도 높은 조사가 실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차량결함이 발생할 경우 제조사의 책임을 묻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심각할 경우 차량 브랜드 가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른바 ‘디젤게이트’에 연루된 폭스바겐이나 화재결함 논란에 휘말렸던 BMW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차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현대차도 연속화재 논란을 빚은 코나EV의 조기단종을 결정한 바 있다.
내연차의 결함논란 과정에서 부품제조사의 책임이 부각되지 않던 것과 달리 전기차 화재에 있어서는 배터리 제조사의 책임론이 부상한다. 코나EV·볼트EV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됐다. 그렇다고 LG 배터리만 장착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화재가 발생한 차량들에 공통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신뢰성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내연차의 엔진기관에 해당하는 전기차의 핵심설비가 배터리고, 다른 부품들과 달리 배터리는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이 생산하는 까닭에 더욱 주목받게 되는 듯 하다”면서 “리콜 후 발생한 추가적인 화재의 결함원인이 배터리가 아니라고 추후 밝혀지더라도, 밝혀지기까지 LG 배터리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속화재 논란에서 완성차 브랜드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불리한 이유는 또 있다. 업계 특유의 권력구조다. 완성차는 다양한 공급사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한 대의 차를 완성한다. 시장 패러다임이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변화하면서 배터리의 중요성이 대두됐지만, 권력구조만큼은 전과 동일하게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코나EV·볼트EV 등에 대입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공급업체고 현대차·GM은 LG의 고객사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주요 완성차업계는 속속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다”면서 “독자적인 개발보단 기존 배터리업체와 합작사(JV)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심산인데, 이 역시 배터리업체들 간 경쟁을 유발시켜 저렴한 공급이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배터리 수요·공급 역전현상에서도 힘의 불균형을 유지하려는 완성차업계의 계산이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화재논란이 조속히 종결되지 못할 경우 차량 브랜드보다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가해질 타격이 더 크다는 의미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의 CATL을 넘어 글로벌 1위를 수성하고 ‘K배터리’를 세계 1등으로 견인하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 간 15조1000억원을 투입해 전문성을 갖추고 일자리 8000여개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최근 밝히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LG는 원통·파우치형을 동시에 생산하며 다양한 니즈에 부합하는 능력을 갖췄으며 폴란드를 거점삼아 유럽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전진기지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테슬라 납품 후 중국에서의 실익이 높아졌으며, GM과의 JV 및 독자적인 북미 생산라인 구축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공략의 밑그림까지 그리며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만큼 조속한 화재 리스크 탈피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