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온라인 사업 불안정···대내외 우려 갈수록 커져
옴니채널 먼저 시행에도 경쟁사 신세계에 밀려나
보수적인 경영 대신 과감한 투자, M&A 필요 지적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그룹 유통 부문이 갈수록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온 디지털 전환 속도도 느린데다 가장 먼저 언급한 옴니채널도 경쟁사인 신세계에 밀리고 있다. 온·오프라인 모두 시장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업계 안팎에서 성장성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선대 회장이 보여줬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투자와 신사업 발굴, 기존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그룹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강조했다. 유통 부문을 향한 특별한 메시지는 없었지만, 업계에서는 예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겨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는 점에서 롯데가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유통사 1위 기업이지만 최근 급변하는 시장 흐름을 비춰보면 상황은 언제든 역전 될 수 있다. 오프라인 부문은 신세계, 현대가 적극적으로 전략을 펴며 경영을 이어가고 있고 온라인 부문도 네이버·쿠팡·SSG닷컴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 요기요 인수전에서 모두 발을 뺀 롯데는 패션·식품·전자제품 등 각 카테고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강희태 유통 BU장도 M&A(인수합병)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만큼 카카오·지그재그, SSG닷컴·W컨셉과 같은 플랫폼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는 신사업 투자를 위해 2019년부터 자산 유동화 작업을 거쳐 약 3조4000억원 자금을 확보했다.
문제는 롯데그룹의 보수적인 경영 방식에 있다. 과거 신격호 명예회장 방식과는 대조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신 명예회장은 지금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처럼 공격적인 경영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을 오가며 과감하게 투자해 1970년대 롯데쇼핑으로 한국 유통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또 관광산업이 주목받지 못했던 1970년대부터 호텔롯데를 세우고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테마파크 롯데월드를 건립하며 ‘잠실=롯데’ 타이틀을 세운 바 있다.
물론 신동빈 회장도 M&A로 위기 때마다 롯데쇼핑을 이끌었다. 신 회장은 2004년 롯데그룹 컨트롤 타워인 정책본부장 취임 이후 미국 뉴욕팰리스호텔,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 하이마트, 삼성의 화학 계열사 등 국내외 기업을 인수하며 롯데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롯데가 표면적으로 보수경영을 이어가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뉴욕상장으로 5조원 실탄을 마련했고, 네이버쇼핑도 취약했던 물류를 CJ대한통운으로 보완, 11번가도 아마존과 손잡는 등 나홀로 경영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면서 “롯데온도 체질개선을 위한 승부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유통부문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5대 그룹' 지위도 장담할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유통업계가 모두 위기를 겪은 것은 맞지만,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마트 부문에서 실적 반등했고 이커머스도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로 이베이코리아 인수까지 이끌었다. 반면 롯데쇼핑은 신세계그룹보다도 옴니채널을 먼저 언급하며 행동으로 옮겼지만 아직까지 괄목할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격호 명예회장은 롯데에 대한 비전이 있었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셔틀경영으로 기회를 잘 잡으며 잠실을 롯데로 장악하는 등 성과를 냈다”며 “롯데가 추진해온 옴니채널도 사실 신세계보다 먼저였는데도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고 시가총액도 낮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롯데 내외부에서 롯데를 향한 우려가 크다”면서 “롯데온도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보전하는 수단에 그치고 있다. 현금성 자산은 충분히 있으니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롯데가 반등할 사업을 구상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