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보름 일찍 사장단 회의 시작···무거운 분위기속 진행돼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도 언급···롯데온은 카테고리 강화에 힘 줄 듯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일 2021 하반기 롯데 VCM에 참석했다. /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일 2021 하반기 롯데 VCM에 참석했다. / 사진=롯데지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 하반기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의 핵심은 ‘ESG’와 ‘변화’였다. 지난해보다 보름 가까이 빨리 소집된 롯데그룹 회의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도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신사업 발굴,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1일 롯데월드타워에서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열고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며 미래 관점의 투자와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이번 롯데그룹 하반기 회의에는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4개 부문 BU(Business Unit)장, 각 사 대표이사 및 임원 13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오후 1시30분부터 6시까지 4시간30분 동안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커머스를 향한 신동빈 회장의 메시지는 없었다. 이번 VCM은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요기요 인수전에서 최종 불참을 선언한 뒤 열리는 첫 회의여서 향후 유통업 방향성에 대해 신 회장이 언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었다. 회의 분위기는 엄숙하고도 무거웠다고 전해진다.

신 회장은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강조하며 “신사업 발굴 및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CEO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며 △미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할 것 △변화하는 환경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혁신할 것 등을 강조했다.

이어 “CEO 여러분은 회사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도 책임지고 있다”며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 R&D, 브랜드, IT 등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VCM에서 신 회장이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를 언급한 만큼 롯데온은 패션, 신선식품, 가전 등 카테고리를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불참 선언 이후 사내망을 통해 “우리가 역량을 보유한 그로서리(식료품),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에게 명확한 방문 이유를 제시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롯데 ESG 경영 선포식. / 사진=롯데지주
롯데 ESG 경영 선포식. / 사진=롯데지주

주목할 점은 롯데가 미래 먹거리로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 시장을 꼽았다는 점이다. 메타버스는 하이마트가 가상 공간에 전시 매장을, 홈쇼핑은 방송 센터를 열고 정보통신은 기술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희태 롯데 유통BU(사업부문)장은 “지난해 68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 17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라며 “미래 유통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메타버스 시장에 선도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기업 핵심으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ESG 경영 선포식’도 열었다. △2040년 탄소중립 달성 △상장계열사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 구성 추진 △CEO 평가 시 ESG 관리 성과 반영 등이 주요 내용이다.

신동빈 회장은 △보여주기식 ESG 경영은 지양하고 △모든 의사결정에 ESG 요소가 적용될 수 있도록 CEO부터 모든 임직원까지 인식을 바꿀 것 △각 사별로 방향성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할 것 등을 당부했다.

이어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며 “과거의 성공경험을 과감히 버리고, 목표달성을 위해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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