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사모펀드 코누코피아, 매그나칩에 새 인수 제안
스마트폰용 OLED DDI 시장 성장 전망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사모펀드(PEF)에 매각 절차를 밟는 가운데 성사 단계에 이를 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아졌다. 당초 예상과 달리 미국 정부가 매각 관련 심사에 나섰고 우리 정부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DDI)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며 매각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여기에 매그나칩은 최근 매각 안건을 상정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새로운 인수 제안자로부터 더 큰 규모의 계약금을 제안받았다. 시장에서 매그나칩이 주력하는 OLED DDI 사업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은 당초 15일 오후 8시(현지시각)로 예정된 주주총회 일정을 연기하고 조만간 일정을 다시 확정할 계획이다. 매그나칩 이사회는 최근 영국계 사모펀드 코누코피아 인베스트먼트가 새롭게 내놓은 인수 제안을 두고 법률 및 금융 자문위원과 검토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매그나칩은 지난 3월 자사주 전량을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탈에 14억달러(약 1조56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코누코피아는 매그나칩에 약 16억6000만달러(약 1조8500억원) 인수 제안을 제시했다. 약 3000억원 더 높은 금액이 제시된 상황에서 매그나칩은 새롭게 제안된 내용을 두고 검토할 전망이다. 

코누코피아는 당초 매그나칩의 인수 후보 업체에 포함되지 않았던 업체로 알려졌다. 이미 매그나칩이 지난 3월 와이즈로드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새롭게 인수안을 제안한 점을 두고 관련업계에선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의 이익 제고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매그나칩도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받는 스마트폰용 OLED DDI 시장

매그나칩은 OLED DDI와 전력반도체 등에 주력하는 반도체 회사다. 지난해 매출 중 OLED DDI 비중은 60%, 전력반도체 비중을 40%가량을 기록했다.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재매각이나 상장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사모펀드의 목적임을 고려하면, 코누코피아가 매그나칩의 OLED DDI와 전력반도체 사업 성장성에 주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DDI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픽셀을 구동하는 반도체로, 그 자체로는 첨단 기술이나 고부가 제품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러나 매그나칩은 LCD에서 OLED 전환기에 선제적으로 OLED DDI 시장에 진입하면서 지난해 스마트폰용 OLED DDI 시장에서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매그나칩은 전체 DDI 시장에서 매출 8위에 그쳤지만, OLED DDI 시장에선 삼성전자 시스템LSI에 이어 시장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 등 자회사 물량을 대부분 공급하는 점을 감안하면, 계열회사 물량을 제외한 시장에서 매그나칩이 OLED DDI 매출 1위라는 평가다. 매그나칩 역시 올초 기업 설명 자료를 통해 자사가 스마트폰용 OLED DDI 시장에서 선두업체란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성장이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과 달리 스마트폰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은 지속 성장하며 LCD를 대체할 전망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OLED DDI 시장은 올해 6억5517만개 규모로, 지난해 5억2291만개 대비 25.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내년엔 7억대, 2024년 8억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LCD DDI보다 판가가 높다는 점도 DDI 설계 업체들에게 사업 기회다.

중소형 OLED 시장을 노리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도 자체 부품 공급망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주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와 매그나칩, 아나패스 등으로부터 DDI를 공급받고, LG디스플레이는 실리콘웍스로부터 공급받는 구조로 알려졌다. 반대로 BOE와 CSOT 등 주요 중국 패널 업계는 6세대 OLED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자체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는 단계로 전해진다. 대만 노바텍이 지난해 BOE에 스마트폰 OLED용 DDI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화권 패널 업계는 중화권 팹리스를 중심으로 OLED DDI 공급망을 물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중국 패널 업계가 그간 LCD 사업을 중점적으로 지속해왔고 OLED 생산능력을 막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에 중화권 OLED DDI 기술 수준은 국내 업계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술 유출 우려 불식하나

매그나칩은 지난 3월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와의 매각 소식을 알리고 난 이후 기술 유출 우려로 고초를 겪었다. 매그나칩이 확보한 OLED DDI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경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경쟁력이 약화해 과거 ‘하이디스의 악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매그나칩은 기존 와이즈로드가 중국계 사모펀드지만 대부분 자본이 해외에 있으며, 해당 사모펀드가 과거 기술 유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기술 유출 우려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코누코피아는 영국계 사모펀드지만, 주요 출자자들이 양고 파이낸셜 홀딩스와 롬바디아 차이너 펀드 등 대부분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매그나칩은 원천적으로 기술 유출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객사 패널 특성이 담긴 IP블록은 암호화되기 때문에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도 이번 매그나칩 매각 절차를 들여다 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매그나칩 매각 관련 심사에 돌입했다. 산업부는 지난 9일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며, 신규 기술로 HD급 이상의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을 위한 DDI 설계 및 제조기술 등을 추가했다.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될 경우 산업부의 매각 승인을 받아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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