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급망 차질 대응 전략 보고서 공개···“반도체 등 우리기업 기회” 분석
미국 내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 필요성···“중간재 등 中 의존 축소 고민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미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밑그림을 드러내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는 호재로 해석되지만 미중 분쟁 심화는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로이터통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최근 자국의 공급망 차질 대응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등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반도체와 배터리, 희토류 등 필수 광물, 제약 등 4가지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생산역량을 확충하는 방안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해외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대표부(USTR) 주도로 공급망 무역 기동타격대를 만들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국을 옥죄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과 함께 어느정도 예상이 됐던 내용이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미국에 진출할 우리 기업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대중관계 리스크는 커졌다는 분석이다.  

윤여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경우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협력방안이 나왔고 이번 발표로 인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이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미국에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결정했다.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는 생산에, 미국은 설계에 각각 비교우위를 갖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공급망을 자국 주도로 재편하려는 상황에서 미중 선택의 문제를 떠나 미국 중심 공급망 정책에 편입할 포석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장은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 있어 미국은 우리 기업 없이 중국 배제 공급망을 구축하기 어렵다”며 “배터리는 우리나라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고 반도체도 의존도가 높아 우리나라가 미국이 구상하는 새로운 공급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윤 팀장은 “정부의 정책 지원은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알아서 하는 상황이라 중소, 중견기업 쪽으로 포인트를 잡을 필요가 있다”며 “다만, 우리 기업이 미국 내 투자를 결정했다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나 세제 혜택을 요구해야 하는데 이건 기업과 우리 정부가 협력해 미국에 요구한다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LG와 SK의 배터리 분쟁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미국 정부는 한국기업 투자 유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 최근 한미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공고해져 우리 기업에겐 이점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우리 기업들은 일단 미국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 기업과 협력이 가능해질 기회를 잡았다”며 “미국기업과 협력을 한다는 것은 전세계적 어떤 시장도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에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대중 관계에 있어서는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과 대립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가 위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데 우리나라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보니 부담이 큰 상황이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형태의 스탠스를 취하는지에 따라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가까워지자 자신들 쪽으로 끌어오려고 유화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한중관계가 계속 멀어진다면 어느 순간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중국에 의존하는 분야가 많아 우리로선 아킬레스건이 너무 많다”며 “향후 미중갈등 속에서 우리가 전략적 움직임을 적절하게 가져가지 못하면 정부와 기업 모두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아직은 괜찮지만 앞으로 미국이 중국과 완전히 등지고 우리나라를 완전한 동맹으로 편입하려는 노력을 확대할 경우에는 우리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미국보다 높기 때문에 통상 환경에 있어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능동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고 지켜보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가 대미, 대중관계에 있어 적절한 스탠스를 취해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관계 악화 가능성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김 실장은 “중국이 만약 우리나라에 보복을 한다면 여러 분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따라 사안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리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사안에 따라 우리가 덜 피해를 볼 수 있는 분야와 파급효과가 클 수 있는 분야가 있을 텐데 이해관계를 제대로 살펴보는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많이 세운 영향으로 대중 교역에 있어 의존도가 가장 높은 분야는 중간재이다. 이 부분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대중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이 50~60% 정도 된다. 주로 전기, 전자, 화학, 반도체 등 다 우리 주력업종”이라며 “최근 이 분야들이 공급망, GVC 재편으로 탈중국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많이 진행된다면 중국 리스크에서 조금 자유로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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