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 e모션, 쌍용차 첫 전기차로 회사 경영 정상화 첨병
경쟁 모델 대비 떨어지는 주행거리 및 전기차 보조금 소진 악재는 고심거리
경쟁력 있는 가격과 중형 SUV 전기차 강점 내세울듯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기 위한 핵심 모델···환경부 매년 기준 강화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내달 초 공개 입찰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첫 전기차 ‘코란도 e-모션’이 짊어진 과제가 만만치 않다.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서 코란도 e모션 성패에 따라 회사 조기 경영정상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코란도 e모션은 당초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하반기까지 한 달가량 남은 시점에서도 아직까지 정확한 출시일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쌍용차의 본격적인 매각작업이 착수되고 나서야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코란도 e모션 출시 일정은 아직 내부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 논의 중에 있다”며 “전기차 보조금, 반도체 수급상황, 경쟁모델 출시 시점 등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들이 많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란도 e모션은 쌍용차의 첫 번째 첫기차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계의 경우 현대차그룹의 코나·니로EV를 비롯해 한국GM 볼트EV, 르노삼성 조에 등 다양한 전기차가 출시됐으나, 쌍용차는 여태 전기차 라인업이 없었다.
전기차 시장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주류에 속했지만, 테슬라가 등장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최근 전세계 완성차 기업들이 너 나 할 거 없이 미래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며 신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예상보다 빠르게 전기차 시대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최근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아이오닉5와 EV6를 공개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아이오닉5와 EV6는 기존 현대차그룹 내연기관차량들의 사전계약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전기차 시대 개막을 알렸다.
전기차 후발주자인 쌍용차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코란도 e모션 흥행이 중요한 상황이다.
또한 쌍용차 인수의사를 밝힌 에디슨모터스와 케이팝모터스 등이 쌍용차를 전기차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만큼, 코란도 e모션 실적은 향후 회사 미래 생존전략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코란도 e모션 자체 경쟁력이다.
현재까지 알려진바에 따르면 코란도 e모션의 경우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300km 초반 수준이다. 최근 출시된 아이오닉5와 EV6 주행거리가 400km 중후반대, 테슬라 모델Y는 500km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한 코란도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자칫 디자인 부분에서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코란도가 티볼리와 디자인 차이가 없다며 혹평을 받은 바 있다. 아직까지 코란도 e모션 디자인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코란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면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신 코란도 e모션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라는 점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를 통해 승부를 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출시된 전기차 중 중형 SUV는 흔치 않아 넓은 실내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동안 쌍용차의 가격 정책을 살펴보면 가격대도 경쟁 모델 대비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선 코란도 e모션 가격이 4000만원 중후반에서 5000만원 초반대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쌍용차의 경우 전기차 판매 비중을 늘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지난 2019년 환경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과징금 부과 대상에 올랐다. 향후 3년 내 전기차를 팔아 그동안 부족했던 미달성분을 상환하거나 다른 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미달성분을 채워야 한다. 3년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쌍용차는 389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또한 올해부터는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이 97g/km(2019년 110g/km)으로 강화되고 2030년에는 70g/km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미달성분 과징금(1g/km기준)도 기존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라갔다.
즉 코란도 e모션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 비중을 높이지 못할 경우 올해부터 쌓이는 과징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쌍용차 차량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티볼리 130g/km, 코란도 143g/km, 렉스턴 스포츠 199g/km으로 기준치(97g/km)를 훌쩍 초과한다.
한편 쌍용차는 이르면 이번 주 내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매각 절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쌍용차는 선정된 매각 주간사를 통해 인수 의향을 밝힌 업체 4~5곳을 추린 뒤 실사를 진행하고, 인수 의향서를 바탕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구체적인 매각 금액은 다음달 10일까지 제출하는 조사보고서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며, 업계에선 매각 금액이 3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