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발로 구조조정 대신 무급 휴직으로 수위 낮춰···쌍용차 “자연 감소 인원으로 몸집 줄일 수 있어”
르노삼성보다 인력 34% 많아···판매량은 뒤처져
김필수 교수 “구조조정 못하면 파산···정부도 결단 필요한 시점”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쌍용자동차가 무급 휴직을 통한 자구안 계획을 마련했으나, 무급 휴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력 감축을 통해 몸집을 줄여야 투자자를 찾는 것은 물론, 향후 산업은행 지원도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이날부터 다음날까지 이틀간 조합원 총회를 열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쌍용차 자구안에는 기술직 50%, 사무직 30% 인원에 대해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1년 후 차량 판매 상황을 고려해 무급 휴직을 연장 여부를 재협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무급 휴직 외에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 교섭 주기를 3년으로 늘리고, 경영정상화 전까지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쟁의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노조는 일방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인력 감축에 대해 적극 반대했으며, 이에 따라 자구안도 구조조정보다 수위가 낮은 무급 휴직으로 제한됐다.
정일권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국회를 찾아 “2009년 이미 2646명이 나갔다”며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며, 사람을 잘라서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을 틀린 얘기”라고 구조조정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회사 측도 노조 의견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2009년 대규모 임직원 해고 사태가 직원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더라도 정년 퇴직 등 자연감소 인원으로도 충분히 몸집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상황이 어려운데도 지난달 렉스턴 스포츠가 흥행에 성공했으며, 앞으로 코란도 E-모션 등 신차 출시도 준비 중이다”며 “이번 고비만 무난히 넘긴다면 회사 경영 정상화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선 쌍용차 인력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1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감축 없이는 회사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쌍용차 잠재적 투자자로 알려진 미국 HAAH오토모티브도 쌍용차의 지나치게 큰 몸집 때문에 투자자 설득에 실패하며, P플랜(단기 법정관리)이 무산된 바 있다.
이는 쌍용차가 보유한 3700억원 상당의 공익채권 규모와 함께 쌍용차의 과잉 인력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쌍용차 임직원 수는 4700명으로 르노삼성자동차(3500명)보다 34% 많다. 작년 말 기준 르노삼성은 4000여명의 임직원이 있었으나, 올해 초 희망퇴직 등으로 500여명이 줄어든 상황이다.
올해 양사 판매량을 보면 르노삼성은 1만348대, 쌍용차는 8810대를 기록했다. 내수에서는 쌍용차가 르노삼성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으나 수출 판매 차이가 컸다. 여기에 르노삼성은 이달부터 XM3 유럽 출시를 본격화하면서 수출 판매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은 XM3 연 수출 목표를 5만대로 설정했다.
이에 업계에선 쌍용차가 판매량 대비 많은 인력을 갖고 있다며, 인건비를 줄이고 연구개발비용에 투자하거나 가격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잉여 자산도 없는 쌍용차가 인건비를 줄이지 못하면 청산가치가 더 높아 파산에 이를 수 밖에 없다”며 “이동걸 산은 회장이 뼈를 깎는 노력을 요구한 만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폭탄 돌리기를 할 것이 아니라,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고 강조했다.
한편 쌍용차 노조는 이날 오후부터 자구안 찬반 투표를 진행하며, 자구 계획이 절반 이상 찬성을 얻게 되면 이를 법원에 제출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