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기업들 대기업 유통사에 속속 인수
무신사, 빠른 성장세 힘입어 내실 다지기 승부수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최근 유통사들이 잇따라 패션 플랫폼 기업을 품고 있는 가운데, 여성 패션 플랫폼 2위 ‘29CM’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9CM가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업계에서는 무신사를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들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유력 후보 기업으로 언급됐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 대기업들은 패션 플랫폼 기업을 연이어 사들이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3월 패션 브랜드를 한 데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 서비스 ‘C에비뉴’를 시작하면서 네이버는 브랜디, 신세계는 W컨셉, 카카오는 지그재그 등을 인수했다.
이처럼 유통사들이 패션 플랫폼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카테고리를 강화해 몸집을 키우면서도 패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최근 패션 중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대거 등장하고 있고, 유통사 입장에서도 패션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유망 기업들을 인수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려는 것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 주 고객층은 미래 소비세대로 주목받는 MZ세대”라면서 “패션은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이기 때문에 트렌드 이슈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패션 플랫폼을 인수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주요 패션 플랫폼들이 모두 대기업으로 인수되면서 업계에서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29CM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9CM 측은 “매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경쟁사인 W컨셉·지그재그 등이 대기업으로 인수된 만큼 29CM도 이와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현재 여성 패션 플랫폼 1위는 W컨셉, 2위는 29CM다. 29CM는 2018년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가 GS홈쇼핑으로부터 300억원을 주고 인수한 쇼핑몰이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무신사가 1조2000억원으로 가장 높다. 그 다음으로는 지그재그(7500억원), 에이블리(3800억원), W컨셉(3000억원) 등 순이다.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 인수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여성 패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무신사는 지난 2016년 여성 패션 부문 우신사를 오픈했지만 아직은 1020대가 타깃층이라 여성 패션 부문이 약하다. 결국 타깃층을 확대하기 위해 무신사는 29CM와 같은 패션 플랫폼을 인수해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하려는 복안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는 현재 약 1200억원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무신사는 보유한 현금으로 카테고리 확장, 경쟁사 인수 등 다양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무신사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16년 매출액 472억원에서 2020년 3319억원으로 7배나 성장했다.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염두를 두고 있는 만큼, 패션 경쟁사 인수로 사업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몸집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다만 무신사 관계자는 “골프웨어, 명품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타 경쟁사를 인수하거나 상장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인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미 다수의 충성고객을 확보한 패션 플랫폼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