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이상직 의원, 배임·횡령·채용비리 등 각종 의혹 수사망 올라
청주공항 거점 삼은 에어로케이 취항···통합 LCC 출범시 경쟁력 악화 전망
재매각 불발되고 파산 가능성도···청산가치가 존속가치 5배 달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이스타항공이 최근 창업주 이상직 의원 리스크에 이어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취항으로 인해 재매각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다음달 20일까지 입찰자가 포함된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때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청산 판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매각이 결렬된 이후 재매각을 추진했으나, 새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후 회사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공개 입찰 전 예비 인수자를 먼저 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의 매각을 시도해왔다.
스토킹 호스는 예비 인수자를 선정해놓고 별도로 공개 입찰을 진행해 조건이 더 좋은 매수 의향자가 나타나면 매수자를 변경할 수 있다. 공개 입찰이 무산될 경우 예비 인수자에게 매수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당초 이스타항공은 이달 20일까지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었으나, 공고일정이 이달 말로 연기됐다.
업계에선 이상직 의원 관련 법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매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재매각 추진 과정에서 사모펀드 등 6~7곳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인수의향자가 2~3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의원과 일가가 변호사 비용, 형사사건 공탁금, 고급 오피스텔 임차료, 고급 외제차 리스 비용 등으로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또 회삿돈을 빼돌려 자신의 정치자금과 선거 기탁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여기에 이 의원이 2014~2015년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부정 채용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인수자 입장에선 이상직 리스크가 큰 부담이다. 이 의원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다 편법증여에 이어 배임횡령, 채용비리까지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인수 후에도 ‘이상직 꼬리표’가 따라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신규 LCC 출범도 이스타항공 투자 매력을 반감시킨다. 최근 에어로케이는 회사 설립 5년 만에 정기 취항을 시작했다. 에어로케이는 지난 15일 청주~제주 노선에 취항했으며, 향후 국내선은 물론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등으로 노선을 확장할 계획이다. 에어로케이와 이스타항공은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삼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이스타항공도 청주공항을 중심으로 사세를 키웠다.
업계에선 에어로케이가 이스타항공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 기존 이스타항공이 갖고 있던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권리)이나 운수권을 에어로케이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재매각 과정에서 몸집이 줄고 경쟁력이 악화된 이스타항공보다는 에어로케이에 힘을 실어주는게 항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여기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사 통합 LCC 출범까지 이어질 경우 이스타항공의 경쟁력은 더 떨어진다.
일각에선 이스타항공이 재매각을 하지 못하고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스타항공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관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존속가치는 5억6546억원, 청산가치는 24억9737억원으로 평가됐다. 청산가치가 5배 가까이 높다. 경제적 측면에서 회사를 접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존속가치가 낮게 평가된 것은 운항이 완전 중단된 영향이 크지만, 이스타항공의 높은 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인수자 입장에선 선뜻 투자가 꺼려진다. 작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이 변제해야 할 부채 규모는 약 1900억원이다.
또한 이스타항공이 파산하더라도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신규 LCC로 인력이 흡수될 여지가 있어 고용 문제도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