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당기순이익 1.89% 성장에 그쳐···부동산 규제와 종금라이선스 만료 영향
사업포트폴리오 전환에 따른 '성장통'···자회사 메리츠캐피탈이 지속성장 이끌어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고성장을 지속하던 메리츠증권의 성장세가 지난해 둔화됐다. 정부의 부동산금융 규제와 종합금융업 라이선스 만료에 맞춰 사업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서 한 해 동안 일종의 '숨고르기'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행히 메리츠증권은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이 고성장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캐피탈 순이익은 전년대비 30% 넘게 늘어나면서 지속성장의 1등 공신이 됐다.

◇ 메리츠증권, 포트폴리오 조정 ‘숨고르기’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651억원으로 전년도 5546억원보다 1.89% 늘어났다.

지난해 증권업종 호황과 그동안 매년 고성장을 이어오던 메리츠증권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표라고도 볼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부동산 관련 사업을 통해 급성장을 해왔다. 2019년에는 2018년 대비 순이익을 27.8% 늘렸었다.

지난해 저성장은 금융당국의 부동산규제와 종합금융업(종금업) 라이선스 만료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기업금융 및 부동산 담보대출에 따른 금융수지(이자수익)가 전체 수입의 60~70%에 달했다. 여기에 메리츠증권은 종금업 라이선스가 있었기에 다른 증권사와 달리 대출금액의 일부만 자본적정성 계산에 반영되는 등 여러 특혜가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부동산 관련 부실을 우려해 2019년말 부동산금융 규제를 내놓았고 메리츠증권의 종금업 라이센스도 지난해 4월 만료됐다.

금융당국의 규제안에 따르면 증권사는 올해 7월까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우발채무) 한도를 100%이하로 맞춰야 한다.

메리츠증권은 이에 대응해 부동산 관련 사업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자산운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메리츠증권은 채무보증 약정잔고를 지난해초 8조5328억원에서 지난해말 4조880억원까지 줄였다. 약정잔고에서 기대출 중복분과 기분양분 상환예정액을 차감한 실질순잔액도 같은 기간 6조5042억원에서 2조6865억원으로 낮춰놨다. 이에 따라 부동산 담보대출에 따른 금융수지는 2019년 3281억원에서 지난해 2515억원으로 23.3% 급감했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운용자산규모는 2019년 17조3303억원에서 지난해 21조5906억원으로 24.6% 늘었고 자산운용수익도 2019년 2457억원에서 지난해 4318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운용자산 가운데 채권은 13조2752억원에서 17조9179억원으로 35.0%가 급증했고 채권운용 수익도 3519억원으로 전년도 2040억원보다 72.5% 급증했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동학개미열풍에 힘입어 주식위탁매매수수료 수입은 788억원으로 2019년 300억원보다 162.7% 급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PF 익스포져 축소가 마무리되는 단계이고 리테일과 트레이딩을 강화해 새로운 이익 기반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수익구조 변화에 따라 연초 증시 및 거래대금 호조의 수혜도 과거보다 크게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메리츠캐피탈, 새로운 성장동력원

메리츠증권이 사업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동안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은 꾸준한 고성장을 기록하면서 지속성장을 이끌었다.

메리츠캐피탈은 자동차금융 및 부동산담보 등 기업여신업무를 맡고 있는 여신전문금융회사로 메리츠증권은 2016년 메리츠캐피탈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메리츠캐피탈의 실적은 메리츠증권 연결실적에 100% 반영된다. 지난해 메리츠캐피탈은 전년(1029억원)보다 30.1%가 늘어난 13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3.9%에서 15.8%로 1.9%P 상승했다. 이는 캐피탈업계 최고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의 별도기준 순이익만을 놓고 보면 전년도 5957억원에서 4239억원으로 28.9% 감소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2019년 별도기준 실적에는 메리츠캐피탈로부터 받은 배당금 1300억과 사옥매각 차익 270억원이 반영됐다. 이를 차감한 2019년 별도기준 순이익은 4387억원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메리츠증권 본사가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이 지속성장을 이어가게 만든 핵심 역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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