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차지한 순이익 1위 자리 미래에셋증권에 내줘
브로커리지 성장했지만 이익 규모 큰 경쟁사에 못미쳐
IB부문 경쟁력 여전···올해 왕좌 탈환 여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4년 연속 지켜오던 '증권업계 순이익 1등' 타이틀을 최대 라이벌인 미래에셋증권에 빼앗겼다. 업계 첫 영업이익 1조원 기록도 미래에셋증권에 내줘야했다. 실적의 발목을 잡은 주가연계증권(ELS) 자체 헤지 손실 영향이 컸다. 다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서 경쟁사만큼의 성과를 보이지 못했고 자산관리 부문이 역성장한 점도 뼈아팠다. 그나마 투자은행(IB) 부문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올 한해를 기약할 수 있게 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제출한 2020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707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4% 증가한 수치에 불과하다. 2019년 836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7608억원으로 되레 줄었다. 15조9546억원을 기록한 매출액(영업수익)만 전년 보다 55.2% 증가했다.

경쟁 증권사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뛰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아쉬운 성적표다. 특히 지난 4년 연속 차지했던 순이익 1위 자리를 미래에셋증권에 넘겨줬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전년 대비 25.6% 증가한 834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게다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목표했던 영업이익 1조원 기록도 미래에셋증권이 1조117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먼저 차지하게 됐다.

연결 순이익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연결 순이익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저조한 실적은 금융자산평가·처분 관련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금융자산평가·처분 계정에서 210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만 하더라도 2113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했던 계정이었다. 지난해 1분기 발생한 ELS 자체 헤지 관련 손실로 금융자산평가·처분에 따른 손실(11조6035억원)이 늘어나면서 관련 이익 규모(11조3930억원)를 넘어선 결과였다. 

그러나 경쟁 증권사 역시 비슷한 계정에서 손실 규모가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탓으로만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위안삼기엔 부족하다. ELS 자체 헤지 비중이 높아 손실 규모 컸던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금융상품 관련 순손실 규모가 3262억원 수준이었다. 삼성증권 역시 2019년에는 해당 계정에서 736억원의 순이익이 나왔었다. 그럼에도 삼성증권의 전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0.9%, 29.5% 증가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다른 부문에서 경쟁 증권사의 성과를 따라가지 못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우선 브로커리지 부문의 성과가 경쟁사에 못 미쳤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동학개미운동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이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이에 따라 주식 관련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국내 주식+외화증권 수수료)이 전년 대비 116.9% 증가한 393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쟁사의 경우 주식 관련 브로커리지 수수료의 규모가 더욱 컸다. 미래에셋증권의 주식 관련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125.8% 증가한 7090억원 수준이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의 경우 국내외 주식 브로커리지로 각각 6422억원, 4597억원의 수수료를 거뒀다. 이들 모두 국내 주식 브로커리지 부문 점유율이 한국투자증권 보다 높다.

새로운 먹거리가 된 해외증권 브로커리지 부문만 떼어놓고 봐도 경쟁에 뒤처진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해외증권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589억원으로 전년 166억원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규모면에서는 미래에셋증권(1347억원), 삼성증권(1161억원), 키움증권(744억원)과 큰 차이를 보인다.  

만일 지난해 주식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수익 규모가 컸다면 상황을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되레 지난해 편성된 광고선전비는 362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의 경우 광고선전비가 각각 529억원, 488억원, 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5%, 45.2%, 86.8% 급증했다. 국내외 주식 브로커리지 시장 파이를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역성장했다. 한국금융지주 실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관리 부문 순영업수익은 2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6% 감소했다. ELS와 파생결합증권(DLS) 관련 수수료 수익이 1656억원으로 발행 감소에 전년 대비 21.1% 축소된 영향이 컸다. 여기에 258억원의 옵티머스 펀드 선지급 관련 비용이 반영된 것도 자산관리 부문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다른 증권사 대비 IB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였다는 점은 올해 왕좌 탈환의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으로 평가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도 IB 부문에서 전년 대비 33.7% 성장한 5169억원의 순영업수익을 거뒀다.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대표 주관한 것이 큰 보탬이 됐다. 대한항공(3조3000억원), 한화솔루션(1조4000억원) 등 공모증자로 주식자본시장(ECM)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 점도 IB 부문의 약진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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