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코로나19 취약 업종 익스포저 별도 공개···우리은행 ‘최다’
우리·기업·부산은행, 전체 기업 대출 대비 취약 업종 비중 10% 이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코로나19발 경제 위기에 따른 대출 증가가 은행권의 잠재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취약 업종에 대한 기업 대출이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여행업이나 항공업, 숙박업 등 코로나19와 직결된 업종과 관련된 대출의 비중이 높은 은행은 향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보다 많은 부실을 떠안게될 우려가 있다. 특히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등 지난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던 은행들이 위험 업종 대출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실적 개선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최초로 코로나 취약 업종의 익스포저(특정 기업 또는 국가와 연관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를 별도로 공개했다. 기존에도 은행들은 투자자들이 대출 쏠림 현상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금융업, 제조업, 서비스업, 도·소매업 등의 구분을 통해 대략적으로 익스포저를 공개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투자자들의 보다 상세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몇 세부 업종을 자체적으로 선정해 따로 집계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코로나19 위험 업종의 익스포저를 공개했다. 우선 신한은행은 ▲항공·여객·운송 ▲숙박 ▲석유정제 ▲창작 및 예술관련 ▲영화관 ▲의류제조 ▲여행 등 7가지 업종을 코로나19 위험 업종으로 분류해 대출액 등을 공개했다. 신한은행은 이중 숙박업에 가장 많은 3조4453억원의 대출을 제공했으며 의류제조업이 1조7637억원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7개 업종의 전체 대출채권(상각후 원가측정 기준)은 6조4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한은행 전체 기업 대출채권(133조4106억원)의 4.85%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나은행은 ▲항공운송 ▲숙박 ▲음식 ▲자동차 ▲석유정제 ▲여행 등 6개 업종에 대한 익스포저를 공개했다. 6개 업종의 총 대출채권은 14조3612억원으로 신한은행의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 대출채권(158조2941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07%로 신한은행보다 4.22%포인트 높다.

우리은행은 보다 상세하게 코로나19 위험 업종을 분류했으며 그 범위도 다른 은행에 비해 넓게 설정했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판매 ▲숙박 ▲여행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 ▲운수 ▲교육 등을 위험 업종으로 분류했으며 제조업 중에서도 ▲섬유·잡화 ▲금속 ▲비금속 ▲화학제품 ▲운송 ▲전자기기 ▲화장품 등을 위험 업종으로 봤다. 이들 업종의 총 대출 채권은 20조2331억원으로 세 은행 중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은행 전체 기업 대출채권(108조2967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8.68%로 가장 높았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시중은행들 중 실적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 중 하나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3630억원으로 전년(1조5050억원) 대비 9.4% 줄어들었다.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실적이며 NH농협은행(1조3707억원)에도 밀려 5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 위험 업종 기업의 여신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 지원 역할 수행해야하는 기업은행 역시 마찬가지로 부담이 큰 상황이다. 기업은행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산업별 익스포저 중에 ▲항공·운송 ▲여행업 ▲교육·예술·스포츠 ▲숙박·음식점 ▲자동차 ▲정유화학 등 코로나19 위험 업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산업을 따로 계산했을 때 총 대출 채권은 23조7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기업 대출 대비 비중도 10.54%로 높은 편이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9.3%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은 바 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BNK금융그룹의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코로나19 위험 업종의 익스포저를 별도로 공개했다. 두 은행 모두 ▲유통 ▲항공·여행·숙박 ▲정유·가스·석유화학 ▲음식점 ▲소상공인 등으로 분류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위험 업종에 3조7567억원과 1조5622억원의 대출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기업 대출 대비 비중은 12.79%, 7.43%로 확인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위험 업종에 대한 대출 채권이 많다는 말은 반대로 적극적으로 필요한 곳에 금융지원을 했다는 말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그 비중이 높은 곳일수록 면밀한 모니터링을 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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