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만원대 요금제 내놨지만 시장에선 외면
이통사 내부에서도 “실효성 없는 요금제”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가 5G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공개하면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5G 온라인 요금제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5G 온라인 요금제에 대한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기존 요금제보다 30% 가량 저렴하지만 결합 할인과 멤버십 할인 등 각종 할인에서 소외되면서 “알뜰폰이 낫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통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해당 온라인 요금제가 사실상 정부와 국회 압박 통신요금 할인 압박에 대한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온다.
1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5G 온라인 요금제 전담팀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텔레콤은 올해 초 5G 온라인 요금제 경쟁에 불을 붙이며 가장 먼저 전담팀까지 꾸렸지만 기대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자 팀 축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온라인 요금제는 정부와 국회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의 면피용에 불과하며 사실상 이통사들은 온라인 요금제 확산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이통 3사 중 가장 먼저 5G 전용 온라인 요금제를 선보였다. ▲월 6만2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5G언택트62’ ▲월 5만2000원에 데이터 200GB(소진 시 5Mbps)를 기본 제공하는 ‘5G언택트52’ ▲월 3만8000원에 데이터 9GB(소진 시 1Mbps)를 기본 제공하는 ‘5G언택트38’ 등 3종을 내놨다.
LG유플러스는 ▲월 6만5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5G 다이렉트 65’ ▲월 5만1000원에 데이터 150GB(소진 시 5Mbps)를 제공하는 ‘5G 다이렉트 51’ ▲월 3만7500원에 데이터 12GB(소진 시 1Mbps)를 제공하는 ‘5G 다이렉트 37.5’ 등 3종을 온라인 요금제로 선보였다. 이어 KT는 월 5만5000원에 기본 데이터 200GB(소진 시 5Mbps)를 제공하는 온라인 전용 요금제 ‘5G Y무약정 플랜’을 출시하면서 온라인 요금제를 선보였다.
온라인 전용 요금제는 소비자가 휴대폰 단말기와 유심(USIM)을 별도로 사서 온라인으로 가입해 개통하는 방식이다.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 유통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중간 마진을 줄일 수 있어 요금이 저렴한 게 장점이다. 이런 온라인 요금제 출시 경쟁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작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이통사에 따르면 출시 후 2개월 가량이 지났지만 온라인 요금제의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세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요금제 가입자는 선택약정 할인과 공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가격이 30%가량 저렴해졌더라도 기존에 가족 및 인터넷 결합 등으로 할인을 받는 가입자라면 온라인 요금제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가입자 유치에 한계가 있다.
또 온라인으로 가입해야 하는 요금제 특성상 주 가입 대상은 젊은 층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들의 경우 휴대폰 ‘성지’ 또는 '자급제+알뜰폰' 구매에 능숙하다 보니, 이통사의 온라인 요금제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요금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결합, 선약, 멤버십 할인 못 받으면 굳이 이통 3사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알뜰폰을 쓰는 게 낫다”는 등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통신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온라인 전용 요금제는 실효성 없는 상품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통사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젊은 층으로 한정돼 있지만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계층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단말기를 비싸게 구매하는 장년층에게는 온라인 요금제 니즈가 있겠지만 이들에게 온라인 가입은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사들 입장에서 통신요금을 올릴 수 없는 분위기이다 보니, 가입자 얼마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대리점에 들어가는 수수료를 줄이는 등 비용절감 차원에서 요금제를 낸 것”이라며 “정말 가입자를 유치하고 싶다면 중장년층을 겨냥해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게 좋을 텐데, 어느 곳도 그렇게는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5G 온라인 요금제 출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중간 데이터 요금제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5G 가입자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26GB이지만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20~40GB 데이터 구간의 요금제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통 3사는 아직 중간 데이터 요금제의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당장 출시는 어렵다면서도 시장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TE와 달리 5G 콘텐츠 특성상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데이터 30GB대 요금제가 정말 필요할지는 여러 가지 검토해봐야 한다”면서도 “요금제 출시 논의 자체를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우선 이달 말에 월 3만7000원에 데이터 10GB 기본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놓을 예정이다. 당장은 30GB대 요금제 출시 계획이 없지만 시장의 니즈가 높아지면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에 맞춰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선을 찾아가려고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