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마케팅에 대기업 쏠림 현상 심화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의 과도한 마케팅 등으로 시장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화되자 방통위가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 사진 = 알뜰통신사업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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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최근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화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라며 경고했다. 자율정화에 실패할 경우 협의체 구성 가능성도 전달했다.

2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22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MNO)와 알뜰폰(MVNO) 자회사 5개사를 대상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알뜰폰 시장에서 교란 행위가 심화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들이 너무 과도하게 경품을 지급하고 있어서 ‘자중하라’는 차원에서 회의가 진행됐다”며 “그렇지 않으면 (방통위가) 협의체를 구성해 서로 견제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알뜰폰 자회사로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를 두고 있다.

이들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들은 최근 고가의 경품을 지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MNO와 달리 약정기간이 없는 알뜰폰 시장은 경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1월 말 기준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 중 이통 3사 자회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3%로 지난해 말 대비 7% 포인트 늘어난 반면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사업자들은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 쏠림 현상이 점차 심화됐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 자회사 중심으로 알뜰폰 시장에서 과도한 경품을 지급하는 등 마케팅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알뜰폰의 경우 단통법을 통한 규제를 받지 않다 보니, 기기변경이나 번호이동 등 유형에 따라 가입자 차별을 두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알뜰폰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IoT 회선을 제외하면 되레 줄어들고 있다”며 “시장 파이가 커지는 게 아니라 작은 시장 내에서 서로 가입자 뺏기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 대비 돈을 못 쓰는 중소 사업자의 앓는 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알뜰폰 시장의 대기업 쏠림 현상에 중소 사업자 고사를 우려한다. 이통 3사 등에 시장 안정화를 요청한 배경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아무래도 지원금이나 혜택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 많은데, 이통사 자회사들이 사은품을 과도하게 제공하는 경우가 있어서 방통위로부터 자율적으로 시장 안정화 조치 취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U+ 알뜰폰 파트너스' 프로그램 가입 사업자의 최근 이벤트 진행 페이지. / 사진 = 홈페이지 캡처
LG유플러스 'U+ 알뜰폰 파트너스' 프로그램 가입 사업자가 최근 진행한 이벤트 내용. / 사진 = 홈페이지 캡처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 최근 LG유플러스가 망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중소 사업자에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출시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주의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알뜰폰 요금제는 통상 이통사 대비 약 30% 저렴하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U+알뜰폰 파트너스’ 프로그램 가입업체 중 일부가 SK텔레콤과 KT 가입자에 한해 동일 요금제 대비 60% 낮은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 본사 차원의 지원 의혹이 제기됐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LG유플러스 망을 쓰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과도하게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본사가 지원했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돼 방통위가 주의를 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상품 출시에 드는 재원은 사업자가 자체 조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도매대가보다 낮은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다”며 “(경쟁사들이) 타사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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