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이어 1분기 리지드 OLED 출하량 성장 전망
갤A 이어 中까지 홀 디스플레이 적용 모델 확대
삼성디스플레이·유리 가공 업계에 기회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중국 화웨이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해 샤오미, 오포, 비보가 보급형 스마트폰 부품 주문을 늘리면서 지난해 말 구형 리지드 OLED 시장이 예상 밖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생산 기조는 지난해 하반기 이어 올초까지 지속되는 추세다. 리지드 OLED 시장 선두인 삼성디스플레이와 관련 소재 및 부품 공급업계에겐 사업 기회다.
1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샤오미, 오포, 비보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리지드 OLED 패널 주문을 예년보다 확대했다. 지난해 4분기 들어 삼성디스플레이 리지드 OLED 공장 가동률도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회복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업계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로 채용되는 플렉시블 OLED보다 상대적으로 판가가 낮은 리지드 OLED 채용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 켐트로닉스는 지난해 전자부품 사업과 화학사업의 디스플레이 매출이 늘면서 전사 매출(5296억원)이 전년 대비 31.3% 증가했다. 디스플레이 사업 매출의 경우 지난해 1분기부터 본격화한 HIAA와 폴리싱 등 신사업 매출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부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부품 주문을 늘리면서 관련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HIAA(Hole in Active Area)는 스마트폰 전면에 카메라를 심어 풀스크린을 극대화하는 ‘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갤럭시S10 시리즈에 탑재된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보급형 갤럭시A와 준프리미엄급 갤럭시S20 FE까지 홀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리지드 OLED를 확대 적용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채용되는 플렉시블 OLED는 레이저 공법으로 기판을 가공하지만 갤럭시A 등 보급형 모델에 탑재되는 리지드 OLED는 카메라렌즈 부분의 유리 기판을 용액 공정으로 식각한다.
국내에서 리지드 OLED 홀 디스플레이 식각 공정을 제공하는 업체는 켐트로닉스와 솔브레인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솔브레인 역시 지난해 리지드 OLED 식각 사업을 하면서 전사 매출 비중 16%를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재료 사업에서도 관련 매출이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솔브레인은 리지드 OLED 패널의 앞뒤 유리 기판을 얇게 만들고 패널을 셀 단위로 잘라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
올 1분기에도 리지드 OLED의 주요 수요처는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세계 리지드 OLED 출하량은 6520만장으로, 비수기임에도 전 분기(6580만장) 대비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 세대격 기술인 리지드 OLED는 지난 2019년엔 분기당 7000~8000만장씩 출하됐지만 지난해 1, 2분기엔 코로나19 여파에 플렉시블 OLED과 저가 LTPS-LCD 패널에 밀려 분기 5000만장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화웨이 공백을 차지하기 위해 보급형 스마트폰 생산 규모를 확대하면서 당초 시장 예상과 달리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스톤파트너스는 올 1분기 전체 리지드 OLED 출하량이 6800만장 규모로, 전 분기(6520만장) 대비 4.9% 늘고, 전년 동기(5960만장) 대비 14.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샤오미 홍미노트10‧프로, 홍미K40 등, 오포 레노5K, 삼성전자의 갤럭시A 시리즈 일부 모델에 리지드 OLED 채용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홍미노트 시리즈는 샤오미의 스마트폰 출하량을 견인하는 주력 모델이 될 전망이다. 복수의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전작 격인 홍미노트8‧프로의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 1200만~1300만대 수준을 기록하며 전세계 스마트폰 베스트셀링 모델 5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디스플레이에게도 사업 기회다. LG디스플레이와 BOE 등 경쟁사들이 가세한 플렉시블 OLED 사업과 달리 리지드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점유율 90%가량을 확보하고 있다. 공급사도 제한적이다. 중국 패널 업체 티안마는 지난해 상반기 기존 리지드 OLED 생산라인을 플렉시블 OLED 전환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화웨이향 매출 공백을 채우기 위해 리지드 OLED 가격 경쟁력을 높여 중국 스마트폰 후발업계 공급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들어 점차 수급이 빠듯해지는 스마트폰 핵심 부품 시장과 미국 정부의 추가 제재 가능성은 중장기적인 시장 변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당초 저가 LTPS LCD 보급이 확대되면서 리지드 OLED 시장 규모는 축소되는 추세였으나 지난해엔 화웨이 이슈 때문에 리지드 OLED 출하량이 예상보다 늘었다”면서 "지난해 말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삼성디스플레이 리지드 OLED 공장 가동률도 80% 이상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나, 당분간 중화권 업체들이 부품 재고를 다 소화할 수 있을지 스마트폰 시장 회복세와 함께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