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화두는 ‘콘텐츠’...각양각색 콘텐츠 강화 전략 ‘눈길’

자료=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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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통신, 포털, 게임까지 업종을 넘어서 ‘콘텐츠’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적재산권(IP) 확보→제작→배급에 이르는 콘텐츠 벨류체인 확보경쟁에 통신·포털·게임사들은 외부 콘텐츠 업체 인수, 자회사 합병, 콘텐츠 전문 법인 설립 등에 나섰다. IT업계에서 콘텐츠 분야로 비교적 역사가 오래된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도 올해를 기점으로 확실한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는 모습이다.

최근 네이버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억달러(6600억원)에 인수했다. 전 세계 1위 웹툰 플랫폼 네이버웹툰이 1위 웹소설 플랫폼까지 품에 안게 됐다. 네이버웹툰 월 이용자수 7200만명에 왓패드를 합한 사용자 수는 약 1억6000만명(양사 월간 순 사용자 수 단순 합산)이다. 네이버웹툰은 왓패드 인수로 글로벌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 사업자가 될 전망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은  왓패드를 통해  한층 더 다양한 글로벌 스토리텔링 IP를 확보하게 됐다”며 “왓패드와의 시너지를 통해 기존에 네이버웹툰 갖고 있는 IP의 다각화 역량이 강화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카카오도 이에 질세라 최근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합병법인명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며, 양사는 이날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최종 승인을 거친 뒤 3월 1일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새로운 합병법인은 양사가 축적한 IP 비즈니스 노하우와 역량을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쳐 콘텐츠 IP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강력한 슈퍼 IP 기획제작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원천 스토리 IP 밸류체인과 글로벌 스토리 IP 플랫폼 네트워크를 구축한 카카오페이지와 음악·드라마·영화·디지털·공연 등 콘텐츠 사업 밸류체인을 만들어왔던 카카오M이 결합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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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 선봉장이었던 포털뿐만 아니라, 통신사와 게임사들도 최근 콘텐츠 경쟁에 덩달아 뛰어들었다.

KT는 최근 콘텐츠 기획·제작·유통을 총괄하는 제작사 설립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이미 콘텐츠와 관련해 음원 공급사 ‘지니뮤직’, 웹툰·웹소설 자회사 ‘스토리위즈’, OTT ‘시즌’, 콘텐츠 유통사 ‘KTH’를 보유하고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해당 자회사들을 한데 묶어 본격적으로 관리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기존 IP 홀더들을 넘어서기엔 보유하고 있는 인기 IP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도 지난해말부터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콘텐츠 제작소 ‘점프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한 5G 이동통신용 콘텐츠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점프스튜디오는 아시아 최초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3D 볼류메트릭 비디오 캡처’ 기술을 도입한 스튜디오다. 106대의 카메라를 통해 초당 60프레임 촬영을 해 실제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고화질 3D 홀로그램을 생성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에도 야구 예능프로그램 ‘마녀들-그라운드에 서다’의 예고편을 혼합현실(MR) 형태로 제작하는 등 관련 콘텐츠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시도는 다양한 콘텐츠 IP를 보유한 방송사와 5G 핵심 서비스 중 하나인 MR기술과 플랫폼을 보유한 통신사의 협업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는 자사 IP를 웹툰 등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가속화했다. 최근에는 엔터 자회사 클렙을 통해 엔터 시장 진출은 물론 캐릭터 사업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서머너즈 워’로 유명한 컴투스도 최근 서머너즈 워 IP 기반 코믹스 시리즈 ‘서머너즈 워: 레거시’를 출간하는 등 IP 확장에 적극적이다. 컴투스는 또 스토리게임 플랫폼 ‘스토리픽’을 통해 인기 IP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IT업체들의 콘텐츠 시장 진출과 관련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콘텐츠 산업 확대를 이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무분별한 콘텐츠 서비스 확대는 오히려 콘텐츠 산업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민지 경남대 교수는 “과거에는 소수의 지상파가 유통 채널을 독점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튜브 등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이 생겨나며 배급망이 크게 확대됐다”며 “특히 새롭게 생겨난 채널들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것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업종을 망라하고 너도나도 콘텐츠 시장에 뛰어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콘텐츠 제작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생산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콘텐츠에 대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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