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율’에 맡기는 형식 될 듯···누가 화두 던지고 주도적으로 나설지 여부 중요
결국 기업 총수 ‘통 큰 결정’에 의존할 가능성 높아···이사회 통과 및 주주들 설득 관건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정부여당이 ‘이익공유제’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조만간 구체적 방식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기업이 참여 여부나 방식 등을 어떻게 결정할지가 관건인데 결국 오너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익공유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는 저의 제안으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하셨다”며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이달 중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근시일 내 이익공유제의 세부 내용이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참여 여부를 기업 자율에 맡기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허나 재계에선 계속해서 정치권에서 이익공유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참여방식이 강제가 아닌 ‘자율’이라는 형식을 띠게 되면서, ‘이익공유제 참여 여부를 누가 결정할 것이냐’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벌어들일 이익을 투자나 배당이 아닌 외부로 돌리는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성금을 내는 것은 개인이 혼자 의사결정을 하면 될 일이지만 ‘법인’의 의사결정은 이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오너의 의지가 중요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에서 기업의 주요 투자나 결정은 주로 총수의 결단에 기대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행해졌던 상당수 거액 기부가 모두 ‘오너의 통큰 기부’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허나 총수가 이익공유제를 하자고 밀어붙일 경우 몇 가지 진통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을 공유하는 결정은 기업 이익이 오너 만의 것이 아니란 점에서 더욱 민감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요즘은 소유한 주식수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너 경영에 대한 비판으로 ‘재벌개혁’이라는 화두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익 공유를 하는 방식에 대해 오너가 독단적 모습을 보이면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제기돼왔던 오너 경영의 문제점이라는 것이 결국 결과보다 과정을 문제 삼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오너가 화두를 던지고 주도했다고 해도 이사회를 통과한다면 절차상 문제는 없다. 기업 의사결정은 통상적으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지는데 그동안 기부금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져왔다.
다만 이사회를 통한 의사결정 과정도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순 없다. 권혁민 전경련 산업혁신팀장은 “이익공유제가 문제없이 통과 되려면 금액, 받는 기업과 주는 기업의 연관성 등과 관련해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나아가 다중대표소송 등 주주권 강화 제도가 마련된 것을 감안하면 주주들이 이의제기할 경우 경영진이 사법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재까지 어떤 기업들이 이익공유제에 참석할지 여부 등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 다만 코로나19 속에서 이익을 낸 기업이 대상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삼성, LG 등 대기업과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거론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