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목표가 최대 17만원까지 제시
올해 D램 호황 전망에 실적 전망치도 높여
가파른 상승세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 목소리도
SK하이닉스가 코스피 3000시대와 함께 시가총액 100조원 안착을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에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주가 상승률을 보인 영향이다. 다수 증권사들은 목표가를 더욱 높여 부르면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한편 일각에선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1월 초 이후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일 장중 7만9200원까지 내렸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들어 13만원대에 진입하며 65%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최근 제 2의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인 46.7%보다 높은 수치다.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전날 종가 기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95조3683억원 수준이다. 전날 장중 99조7000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차익실현 매도세가 나오면서 100조원은 넘지 못했다. 시가총액 100조원대는 삼성전자 이후로는 처음으로 코스피 3000시대와 맞물려 상징적인 모습으로 평가될 수 있다.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는 추세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달 4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종전 13만5000원에서 17만원으로 높였는데, 이는 증권사들이 내놓은 목표주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NH투자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종전 14만원에서 17만원으로 높였다. 가장 보수적인 목표주가는 삼성증권의 13만5000원으로 이 역시 종전 12만2000원에서 높인 것이다.
SK하이닉스에 대한 긍정적 전망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 사이클의 도래와 관련이 깊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반등에 따른 업황 회복이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 D램 범용제품 현물가는 지난달 말 3.46달러로 최근 한 달 간 24.9% 급등했다. D램 현물가는 기업 간 대량 거래 때 활용되는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로 향후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있어 D램 업황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D램은 SK하이닉스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인한 D램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 이슈에 수익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왔었다. 그러다 최근 수요 회복 기대감이 감돌면서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7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24.5% 늘어난 38조63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대비 156.1% 뛴 12조899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인 10조6000억원에서 2조원 넘게 상향 조정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전날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산치를 종전 8조3830억원에서 9조714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투자 재개와 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따른 PC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수요 대비 (D램 생산 회사의) 보수적인 CAPA(생산능력)에 따라 올해 공급 증가세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 예상보다 수급 개선이 빨라지면서 1분기부터 D램 가격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가파른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직 실적이 현실화되지 않은 채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올라간 까닭이다.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 주가수익비율(PER)도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 SK하이닉스의 최근 4개 분기 순이익 기준 PER은 34배 수준으로 삼성전자(22.77배), 마이크론(32배)을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