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완전봉쇄 견딜 체력 부족”
음식점·커피전문점·헬스장 등 융통성있게 운영해야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앞으로 K방역은 새로운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도 여기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전병율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2011년부터 2년간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했던 그는 K방역이 한층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K방역이 힘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방의학분야 전문의 출신으로, 26년 동안 보건복지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면서 전 교수는 할 말이 많았다. 지난 5일 그를 만나 K방역 전반을 점검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진단해 달라.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거의 1년이 다 됐다. 지금은 시기가 겨울철이니만큼 우리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많은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시점에 와있다. 겨울철은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게 되면서 밀집, 밀폐, 밀접되는 상황에 노출되다보니 바이러스 감염력이 더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지속적으로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상당히 위중한 상황이다.
K 방역 위상이 많이 떨어졌나.
우리의 K방역 이라는 것은 2015년 메르스로 얻어진 교훈, 경험의 산물이다. 2015년 메르스 이후에 많은 문제점들이 단 한 달 동안 법령 개정을 통해서 보완됐다. 확진자 동선 파악이라든지 접촉자 파악, 정보 공개, 의료 기관의 병상확보, 진단 기법을 초기에 승인하도록 하는 신속승인제도 등이 다 법령에 의해서 갖춰졌다. 그렇게 법으로 이뤄진 부분들은 잘 진행되고 있다. 그것이 K방역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인프라의 한계가 드러났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 등에서 선진국들과 상당한 수준 차이가 났다. 그런 면에서 우리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K방역과는 거리가 멀어 아쉬웠다.
장기적으로 K방역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우리가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극복할 수 있는 무기는 초기에 확진자를 파악하고 격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부분이 보완돼야 한다. 아직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 이런 것들은 재정적 투입이 막대하게 이뤄져야 가능하다. 앞으로 K방역은 확진자 파악 동선공개 등에서 나아가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고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등 이런 쪽에 투자해야 한다. 과감한 투자가 가시적으로 이뤄져야 K방역의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얘기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완전 봉쇄를 해서 효과를 보려면 잠복기의 2배수가 되는 기간을 봉쇄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잠복기가 통상 14일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2배수가 되는 4주 정도를 완전 봉쇄해야 감염에 대한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과연 4주 완전 봉쇄를 인내할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는가. 4주 봉쇄에 대한 전 국민 대상 지원, 실업 지원, 자영업자 지원 등 모든 것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실상 그런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번 3단계 들어가면 4주 동안 아무것도 못하는데 4주 뒤에도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때의 상실감, 허탈감, 불안감 등은 감내할 수 있을까. 완전 봉쇄 3단계로 진입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를 국민들이 받아들여야 한다.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개인 스스로가 3단계에 준하는 봉쇄 즉, 모임을 완전히 중단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방역 지침에 따라 기준이 충족했으면 격상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거센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은 경고성이다. 위중한 상황이니 완전 봉쇄로 진입되지 않도록 개개인이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준에 도달했으니까 3단계로 격상하자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많다.
그동안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코로나19 환자 발생했던 모든 사례들을 분석해 어떤 경우, 어떤 시설과 장소에서 많이 발생했는지 파악해 그 결과를 토대로 해당 모임, 시설, 장소의 모임을 금지해 왔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방역 당국이 일반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좀 더 단순화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도록 노력하고, 비말접촉이 일어날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 위주의 전달이면 될 것 같다. 식당이나 카페, 헬스장에서의 모임과 행위를 허용하되 비말이 접촉될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는 노력을 시설 책임자가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나 여러 가지 활동은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말이다. 해당 시설과 장소의 사람들의 통제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융통성있게 허용하면 될 것 같다.
이번 백신 확보에 대한 생각은.
백신의 개발과 구매와 관련돼서는 반드시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가야 한다. 절대로 뒤처져서는 안 된다. 특히 이런 신종 감염병, 아무도 이 백신을 개발해 본 적이 없는 그런 경우라면 더더욱 최고의 기업을 우리가 따라가야 한다. 1%의 가능성이라도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됐을 때 우선순위가 돌아온다. 가능성이 낮다라는 이유로 우리가 선구매와 투자를 하지 않으면 우리 국민들이 그 백신과 치료제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정부가 신종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을 선구매 할 수 있는 조항 만들어서 신물질이 우리 국민들에게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법령 정비도 해야 한다.
백신 접종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기존 콜드체인으로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은 의료기관을 통해서 하되, 기존 콜드체인과 다른 초저냉동이 필요한 백신의 경우 보건소 등에서 접종센터를 마련해 접종해야 혼선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절대로 병원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면 안 된다.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지역별 거점에 위치한 보건소를 중심으로 접종센터를 마련해 단기간에 빠른 접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해 10월 말이나 11월 초가 되면 전 국민 60~70%가 접종을 마쳐 집단 면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중보건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데.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 발병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고 위협은 더 커졌다. 메르스 때의 잘못을 법으로 반영해 개선한 뒤 코로나19에 대응했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끝나면 코로나19 대응에서 잘못했던 점들을 모두 복기해야 한다. 제일 뼈저리게 느낀 점은 새로운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대한 투자와 선구매이고, 둘째로 대규모 환자 전담병원을 각 지역별로 초기에 지정할 수 있는 정책도 확실히 갖춰야 하겠다. 공공병원뿐 아니라 민간 병원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과감한 보상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또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발생 양상, 발병 이후에 대한 분석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논문으로 작성해야 하겠다. 또 환자들의 검체에서 얻어진 바이러스를 통해서 유전자 염기서열을 계속해야 파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런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서 나타난 결과를 가지고 새로운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는데 과감한 투자를 한다면 앞으로 신종 감염병에 대한 K방역을 정말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