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별 혜택 두 배 차이 나는 과도한 ‘해지방어’ 횡행
방통위 “위법 사례 파악 실태점검 예정”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통신사 유선결합상품을 신규로 신청하면 과거 가입한 통신사 상품까지 해지해주는 방송통신위원회 ‘원스톱 사업자 전환 서비스’ 시행이 6개월 지났지만 ‘해지방어 마케팅’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지의사를 밝혔는데도 상품권을 미끼로 철회를 유도하는 위법 행위도 이어진다. 소비자들은 상품해지가 어렵고 같은 상품을 다른 가격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인터넷·IPTV 상품에 대한 해지방어 마케팅으로 유선결합상품 해지 의사를 밝히면 수십장의 상품권 지급부터 요금할인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인책을 내놓는다.
방통위는 지난해 7월 초고속인터넷, IPTV·위성방송 등이 해지 절차를 간소화한 ‘원스톱 사업자 전환 서비스’ 제도를 마련해 시행했다. 유선통신 마케팅 경쟁으로 해지가 어려워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다.
신청이 가능한 통신사는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SK텔레콤, KT스카이라이프 등이다. 신청 가능 서비스는 초고속인터넷, 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IPTV, 위성방송) 결합 서비스 등이다.
그러나 해지방어 마케팅은 여전히 기승이다. 위법 사례도 있다. 한 가입자는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해 회선을 바꾸려고 콜센터에 전화했는데 재계약 시 상품권 캐쉬백과 사은품 지급 등 을 안내했다. 해지를 고민할 만큼의 금액이 아닌 것 같아 고민해본다고 말하니, 캐쉬백 금액을 10만원 더 높였다”며 “처음부터 요금이나 저렴하게 해주지, 이렇게 가입자마다 다른 금액을 제안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지방어 마케팅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해지의사를 밝혀도 철회를 유도하는 것은 위법이다. 방통위도 실태점검에 나서겠단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상품 해지 의사를 사업자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시스템상 해지가 등록된 상태에서 진행된 마케팅은 이용자 불편을 초래하는 과도한 해지방어라고 생각해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라며 “해지 신청한 것을 철회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법 위반 행위로 보고 규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태점검할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 탓에 현장을 나갈 수 없어 시기는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지방어 내용을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유하며 약정 만료를 앞둔 시점에 해지 신청을 빌미로 수십만원의 상품권과 사은품을 챙긴다. 같은 상품을 이용하며 다른 가격을 내 이용자 차별이란 지적이다.
온라인에는 3년 재약정을 조건으로 상품권 30만원과 매달 요금 3000원 할인 혜택을 받았다거나 45만원 상품권과 AI스피커 등 혜택을 받았다는 후기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금할인 조건 없이 50만원이상의 상품권을 받은 사례도 있다.
과도한 상품권 기준 위반이다. 방통위는 지난 2019년 '경제적 이익 등 제공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에 관한 세부기준(경품고시제)‘을 제정·시행했다. 경품 금액이 높더라도 상·하한 15% 범위에서 지급도록 변경한 것이다. 예컨대 전체 평균 경품이 30만원일 경우 이용자들에게 평균 25만5000~34만5000원 사이에서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