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인치 크기에 4K급 해상도
새해 초 대량 양산 가능
110인치 이하 양산 기술 확보
70~90인치대 신제품 출시 검토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삼성전자가 초프리미엄 마이크로LED TV로 가정용 시장을 공략한다. 액정표시장치(LCD)이 퀀텀닷 기술을 입힌 QLED로 버텨왔던 TV 기술에서 진일보한 제품이다. 첫번째 제품은 1억7000만원 110인치 TV다.
10일 삼성전자는 온라인 행사를 통해 '마이크로 LED TV' 110형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달 사전예약을 거쳐 새해 1분기 출시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상업용 디스플레이 '더 월(The Wall)'에 마이크로 LED 기술을 처음 적용해왔다. 상업용 시장을 넘어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마이크로LED TV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1억원대를 호가하는 초고가 제품이지만 자발광 디스플레이 화질을 앞세워 부유층 소비자 거실 문턱을 넘겠다는 포부다. 무기물 소재로 유기물에 비해 외부환경에 변질될 위험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다. 그간 대량생산 난제로 꼽힌 LED 실장 속도를 크게 개선해 향후 마이크로LED TV 대중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 초프리미엄 시장 겨냥한 가정용 첫 제품
추종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집에서 더 좋은 화질과 음질의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사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졌다”면서 “마이크로LED TV는 최고 수준의 화질을 제공하는 홈 엔터테인먼트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LED TV는 삼성전자가 초프리미엄 제품으로 내세운 차세대 TV 전략 한축이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와 QLED TV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QLED TV가 수백만원대 고급형 시장을 겨냥했다면 마이크로LED는 이를 넘어선 초고가 시장을 겨냥했다.
마이크로LED TV는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TV에 비해 색재현성 등에서 강점이 있다. 백라이트와 컬러필터 구조 대신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LED 자체를 화소로 쓴다. 각각의 RGB 소자를 따로 제어할 수 있어 정밀한 색 표현과 명암비가 강점이다. 기존 LCD TV는 구역을 정해 밝기를 조정해야 하는 형태로 색 표현에 한계가 있다.
신제품은 기존 B2B용 더월과 달리 가정에 설치할 수 있는 완제품 형식으로 출시된다. 또 더월처럼 주문 제작이 아닌 양산 형태로 생산되는 점도 특징이다. 신제품엔 일반 소비자를 위한 스마트 TV 기능과 사운드 기능도 새롭게 탑재했다. 마이크로LED TV 전용 AI 프로세서가 탑재돼 각 장면에 최적화된 HDR 영상을 구현한다.
여기에 110인치 화면을 50형 화면 4개로 분리해서 볼 수 있는 '쿼드뷰‘ 기능이 도입된다. 이는 기존 삼성전자 TV에 도입된 스마트폰과 TV의 화면을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멀티뷰‘ 기능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HDMI 단자에 연결 가능한 모든 기기들을 따로 설정해 함께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신제품은 4K급 해상도를 갖췄으나, 사실상 해상도가 무의미할 정도로 높은 화질을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최용훈 부사장은 “마이크로LED TV는 기존 해상도의 차이를 뛰어넘는 차원이 다른 혁신적인 제품”이라며 “기존 디스플레이에서 볼 수 없었던 생생한 컬러를 재현할 수 있어 ‘화질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문제작에서 '양산'으로…100인치 이하 제품군도 검토
마이크로LED TV의 억대를 호가하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대량 생산 기술이 필수다. 삼성전자는 이미 대량 생산에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새해 3월 이후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공정 설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마이크로LED TV 생산 공장에서 주문 제작 방식으로 B2B용 더월 제품을 생산해왔다. 더월 디스플레이의 연간 생산량은 1000대 미만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간 전자업계는 마이크로LED를 기판에 옮기는 실장 기술력이 대량 양산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자사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력을 앞세워 LED 소자 실장 속도를 크게 개선했다는 입장이다.
최 부사장은 "미세한 사이즈의 칩들을 빠르게 실장할 수 있는 기술력이 중요하다“면서 ”양산 관련 공정 기술은 충분히 확보된 상태며, B2C 제품의 경우 B2B 제품보다 의미 있는 수량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내년 3월부터는 마이크로 LED TV의 B2C용 제품의 대량 생산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 TV 110인치 이하 신제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110인치 이하 크기의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도 이미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마이크로LED TV는 디스플레이 크기를 더 작게 만들수록 양산하기 어렵다.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아질수록 LED 소자를 더욱 촘촘하게 심어야 한다. 그러나 이 회사는 110인치 이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정 기술을 확보했으며, 향후 유통망, 소비자 수요를 확인하고 추가 제품군을 확정해나갈 계획이다.
허태영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최근엔 70인치 이상 TV를 초대형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며, 향후 마이크로LED TV도 70, 80, 90인치대에서 가능한 사이즈를 검토 중”이라면서 “새해 초 CES에서 열리는 퍼스트룩 행사를 준비 중인데, 나머지 제품군 크기가 확정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10인치보다 작은 두종의 마이크로LED TV 추가 출시를 내년 시장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LED TV 태동기…가격 장벽 넘을까
당초 전자업계는 마이크로LED TV가 높은 가격대 때문에 미미한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DSCC 등 복수 시장조사업체 분석에 따르면 마이크로LED TV가 전체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6년에도 1%를 넘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과거 LCD TV와 마찬가지로, 관련 부품 생태계가 형성되고 많은 사업자들이 진출하면서 마이크로LED TV도 가격대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새해 출시되는 초기 제품 판매는 초고가 제품을 구매하려는 틈새 수요를 중심으로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를 통해 생산이나 판매 목표 수량은 밝히지 않았다.
최 부사장은 “시장에 마이크로LED TV 관련 생태계가 형성되고 플레이어들이 많이 뛰어들면 가격은 극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처음 LCD TV를 도입했을 때 30~40인치 제품이 1000만원 가까운 가격에 판매됐지만 현재는 20만원대로 시장 가격이 형성됐다. 고객에게 확실한 가치를 주고 화질을 제공할 수 있는냐가 더 중요한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