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삼성·SK·LG·롯데 회장 만나 친환경차 협업 논의
예상보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 빨라지며 사업 중요성 커져
노조 변수는 여전···고용 불안에 부품 생산까지 요구하고 있으나 현실성 떨어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국내 5대 기업 총수와 만나 친환경차 관련 협업을 논의하며 미래차 시대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나, 노조가 발목을 잡아 험로가 예상된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국내 5대 기업 총수와 만나 친환경차 관련 협업을 논의하며 미래차 시대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나, 노조가 발목을 잡아 험로가 예상된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5대그룹 총수를 모두 만나, 친환경차 시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노동조합이 내연기관 시대에서 친환경차 시대로의 전환에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임단협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전날 만나 미래차 소재 관련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에 들러 신동빈 회장과 함께 제품전시관 및 소재연구관을 둘러봤다. 이 곳에는 자동차에 쓰이는 고부가 합성수지를 비롯해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를 연구하는 연구개발 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어, 전기차용 첨단 소재 협업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로 인해 내연기관 차량보다 무거운데, 철강 소재 대신 첨단소재를 통해 경량화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최근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전면에 나서면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만나 전기차-배터리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지난 7월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직접 나서 친환경차 전략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정 회장이 직접 나서는 것은 그만큼 전기차 사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오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국내 뿐 아니라 유럽, 중국 등도 2030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파리협정 가입 및 203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전세계 최대 자동차 국가들이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 차량 시장은 점차 축소되고,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2025년 850만대, 2030년 2600만대, 2040년 5400만대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비율은 2030년 28%, 2040년 58%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내년부터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친환경차를 44종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며 이중 절반인 23종을 순수전기차로 채울 방침이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 포함 세계 3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차는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2026년 전기차 50만대(중국 제외)를 판매할 계획이다.

◇ 노조, 고용 불안에 전문성 없는 전기차 부품 생산까지 요구 

정의선의 친환경차 시대 계획에 문제가 되는 것은 노조다. 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25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노조와 사측 의견이 엇갈린 주요 쟁점은 전기차 부품의 직접 생산이다. 노조는 고용안정을 이유로 전기차 부품 생산라인을 기아차 공장내 설치할 것을 요구했으며,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기아차 노사 임단협 핵심은 임금인상이 아닌 전기차 시대 전환에 따른 고용 보장이다”며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부품도 50% 수준에 불과해 생산에 지금처럼 많은 인원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언뜻 보기엔 같은 차량이지만 내부는 차이가 크다. 특히 생산 구조 측면에서 보면 완전 다르다”며 “전문성도 없이 전기차 부품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기아차 노조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점은 해외 전기차 생산기지를 구축할 때 일어날 노조 반발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친환경차 시장 확대를 약속하며,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오는 2022년까지 미국에 10대의 친환경 차량을 출시하기로 했으나 출시 차량 대부분이 국내 생산 물량이라 미국 현지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노조 반발이 예상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기차 전환으로 가뜩이나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 생산 물량까지 뺏기게 될 경우 노조 반대가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 미국에서만 50여종의 전기차 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지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각종 수입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현지 생산을 해야 하나 노조 동의를 얻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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