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행동 계획’ 수립 통해 지역맞춤형 정책 확대···지역 풀뿌리 조직과 연계
종교계 및 시민단체, 교육·상담 등 활발···“중위험군에 대한 관심이 중요”

생명존중교육협의회가 지난해 9월 진행한 노원구 어버이 칼라테라피 봉사활동 현장의 모습/사진=생명존중교육협의회
생명존중교육협의회가 지난해 9월 진행한 노원구 어버이 칼라테라피 봉사활동 현장의 모습/사진=생명존중교육협의회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성별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극단적 선택이 국가적인 문제로 심화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와 각종 민간 단체들의 다양한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지역사회 고위험군을 발굴·관리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은 각자만의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활용해 중위험군 집단의 우울증 발병 가능성 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 구성원들간의 교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이러한 소통, 교육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 지자체 통한 지역사회 고위험군 발굴·관리 노력···민간단체 협력도 강화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의 시작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당시 자살예방대책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5년단위의 자살예방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고 2009년 자살예방종합대책, 2016년 3차 생명사랑플랜을 발표됐다.

지난 2018년에는 자살예방 정책의 전 부처적, 범 사회적 추진을 위해 3차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보완한 ‘자살예방 국가행동 계획’을 수립했다. 효과적인 정책 수행을 위해 보건복지부 내에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했으며 국무조정실에 추진단도 설치했다. 현재는 19개 부처·청이 참여해 6개 분야의 총 62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자살예방 국가행동 계획을 통해 정부는 지역맞춤형 정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2018년 6월 지자체별 자살예방시행계획을 평가한 후 그 결과를 지자체에 제공했으며 필요시 지자체에 방문해 컨설팅을 제공했다. 또한 지역사회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연계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마을 단위의 사업도 강화했다.

이·통장 등 지역풀뿌리 조직과 생활관리사, 의료급여 사례관리사, 방문간호사, 사회복지공무원 등 고위험군과 접점에 있는 직업군 등을 생명지킴이로 양성하고 위험군이 발생할 경우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외에도 정부 및 지자체는 실직자, 특수직 공무원, 학생·청소년, 노인 등 대상자별로 맞춤형 예방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특화 심리부검 프로그램 개발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 등이 대표적일 사례다.

민간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정부와 종교계, 재계, 노동계 등은 사회 전 분야의 협력을 위해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를 출범했다. 우선 종교계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자살 유가족을 위한 회복지원 사업과 지역사회 자살 예방 강사 교육을 진행 중이며 원불교에서는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상담실 운영을 통해 개인 및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천주교에서도 자살 유가족을 위한 돌봄 프로그램 운영, 자살 예방 교육 지침서 개발, 강사 양성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단체 중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자살 예방 교육, 농약 안전 보관함 보급사업, 보고듣고말하기 및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모범택시 운전사 등을 대상으로 생명지킴이 교육을 실시하는 동시에 국회 자살예방 포럼의 운영을 맡고 있다. 생명존중교육협의회는 저소득층 반찬 나눔 프로그램, 노인우울증 치료 프로그램, 생명존중 교육 공연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농약 안전 보관함 보급, SOS 생명의 전화 운영 지원,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 중이며 한국심리학회는 자살 예방 및 치료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자살예방사업 실제 효과로 이어져···“보편적인 예방 활동 늘어나야”

지난 5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지역사회기반 자살예방사업의 효과성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지역기반 자살예방 사업들은 실제로 자살 시도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전미선 연구위원이 서울시가 자살예방사업을 시행한 2013년 전후를 분석한 결과 사업 이전보다 사업 이후 자살위험군의 자살시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009년 26.1명에서 2013년 25.6명, 2017년 21.3명으로 줄어들었고 각 자치구도 정책도입초기인 2013년과 2017년을 비교할 때 종로구, 영등포구, 송파구를 제외한 22개 자치구 모두 자살률이 감소했다.

특히 현재 자살 예방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입을 모아 중위험군 집단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주희 생명존중교육협의회 대표는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의 경우 국가에서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관리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단계로 접어들게 되면 이미 시기가 많이 늦었다고 할 수 있다”며 “의학적인 측면보다는 복지의 측면에서 보다 보편적인 예방활동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거 노인분들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다른 사람과 소통이 적은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라며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달에 한 두 번이라도 만나고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것만해도 그분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혀 문밖으로 나오시지 않던 분들이 이제는 우리를 기다리고 먼저 연락을 해주시고 하는 것을 보면 단순한 관심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생명존중교육협의회 내에서 자살 예방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A씨 역시 “과거에 직접 안 좋은 선택을 했었던 적이 있다”며 “그 상황이 되면 ‘왜 죽어야만 되는가’라는 이유를 찾거나 ‘꼭 죽어야겠다’라는 결론을 내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 단계가 되면 주변에서 어떻게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을 수 있다”며 “이미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단계에 접어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원구에서 시행 중인 노인말벗 프로그램 이웃사랑봉사단에서 활동 중인 김희연(가명)씨는 “처음에는 노인분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겠다고 하면 역정을 내시거나 하시는 분이 있지만 반복하다보면 결국은 마음의 문을 여신다”며 “다른 구로 이사를 가셔도 나중에 전화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먼저 표현하는 방법이 서툰 경우가 많다”며 “먼저 사회에서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과 학생들을 대상으로하는 교육 및 문화활동의 중요성도 점차 강조되고 있다. 이주희 생명존중교육협의회 대표는 “어린 아이들에게 ‘불은 뜨겁다’, ‘위급할 때는 119에 신고해라’고 가르치는 이유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면 실제 상황이 됐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반복적으로 교육을 해야만 극한의 상황, 무의식 중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 예방 교육도 마찬가지”라며 “‘어떠한 상황이 오면 반드시 주변 누구에게, 어디로 연락해라’라는 것을 인지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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