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르노삼성 올해 초 각각 ‘트레일블레이저·XM3’ 신차 출시
4년 만에 국내 생산하는 신차로 회사 구원투수로 주목받았으나 노조 파업에 발목잡힐까 우려
업계 “그동안 노조가 고용 불안 이유로 들며 신차 배정 요구했으나, 신차 받아오니 파업”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자, 신차를 인질 삼아 사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부터 부분파업을 실시했으며, 르노삼성도 지난달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이후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두 회사는 올해 초 완전 신차인 트레일블레이저와 XM3를 각각 출시했다. 한국GM은 하반기부터 트레일블레이저 북미 수출 및 국내 판매가 회복되고 있으며, 르노삼성은 XM3 유럽 수출 생산을 준비해야 한다. 두 회사가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적기에 노조는 파업을 통한 생산차질을 무기로 삼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양 노조가 신차 부재로 인한 고용불안을 이유로 들며 신차 물량 배정을 회사에 요구했으나, 정작 신차를 출시하니 파업을 강행하며 회사 성장을 저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23일 잔업·특근 거부를 시작으로 지난달 30일과 이달 2, 6일, 9~13일, 17~20일까지 총 12일간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한국GM협신회는 지난 18일 기준 1만3400대가량의 생산손실이 발생했으며, 부분파업이 11월 말까지 계속될 경우 약 2만2300대의 생산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는 출시 이후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생산이 원활하지 못해 기대보다 판매가 주춤했다. 이후 부품 수급이 원활해지며 수출과 내수 모두 판매가 늘어났으나 지난달부터 시작된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출시 당시 회사 경영정상화를 이끌 구원투수로 주목받았다. 김성갑 한국GM 노조 지부장도 출시 행사에 참가해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 경영정상화의 성패를 결정지을 모델이라 생각한다”며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인 만큼, 트레일블레이저 성공이 회사와 노조 상생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GM은 이쿼녹스·콜로라도·트래버스 등 신차를 내놓았으나, 이들 모델은 국내 생산이 아닌 해외 수입 모델이라 노조 원성이 자자했다. 지난해 노조는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불매운동을 선언하며, 국내 신차 생산 확보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이후 철수설이 나돌며 노조는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이후 노조는 계속해서 한국 내 생산 물량 배정을 요구했다. 이에 회사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5년간 15종의 신차를 국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2022년 크로스오버차량(CUV)을 한국 창원공장에서 생산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잦은 노조 파업으로 인해 트레일블레이저 생산에 문제가 발생하자, 최근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임원은 노조 파업이 계속될 경우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르노삼성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르노삼성 노조는 아직 파업을 실시하지 않았으나, 한국GM에 이어 기아자동차까지 파업을 실시해 연쇄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9일 열린 차기 르노삼성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박종규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파업을 주도하고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하는 등 강성으로 분류된다. 박 위원장의 임기는 내달 1일부터이며, 이후 노사는 재차 교섭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노조는 기본급 인상 및 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임금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라 합의점을 찾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단협에 실패해 르노삼성 노조가 연말 파업을 실시할 경우 국내 XM3 판매는 물론,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XM3 유럽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XM3는 올해 1~10월 2만9641대를 판매하며 르노삼성 내수 판매의 36%를 차지했다. 또 르노삼성은 이달 QM6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나,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생길 경우 경쟁 모델에 자리를 뺏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XM3는 유럽 수출을 확정지으며 내년부터 르노삼성 실적을 책임져야 할 중대 임무를 맡고 있다. 르노삼성은 올해 내수 판매가 전년대비 17.3% 늘어나며 선전했으나 수출 판매가 전년대비 75.8% 줄어들며, 전체 판매도 전년대비 31.6% 감소했다. 그동안 르노삼성 수출을 책임진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이 올해부터 종료되며 수출이 급감한 것이다.
XM3는 사라진 로그 수출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XM3는 12월부터 유럽 수출 물량 생산을 시작해 내년 1분기부터 유럽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수출량은 연 5만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아직 XM3가 유럽 수출길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파업으로 인해 시작부터 삐걱거릴까 우려된다”며 “원만한 노사 합의로 생산에 문제가 없도록 해 수익을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