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시가격 로드맵’서 공시가격 90% 상향 발표···조세형평성 문제 해소 취지
野 “사실상의 증세 정책, 세 부담만 키워”···“부동산세 OECD 중 가장 높은 비율”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555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한창인 가운데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야당은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으로 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이 불가피하고, 궁극적으로 부동산세 부담, 비율 등이 급격히 증가하며 ‘세금폭탄’ 문제가 우려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경우에도 현재 제도상으로는 공시가격이 신속히 반영되지 못해 이에 따른 피해 가능성도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분위기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시가격을 적정 수준의 시세를 반영해 현실화하는 내용의 ‘공시가격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시세의 50~70% 수준의 공시가격을 90%까지 끌어올리고,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에 대한 재산세율은 구간별로 0.05%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이 로드맵의 주 골자다.
그동안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조세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해왔던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의 산정기준인 공시가격이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면서 세금, 부담금 등에 모순이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경제부처 부별심사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는 부동산 상승보다도 부동산 자산의 적정한 가격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번 방안은 사실상의 증세 정책으로 세 부담만 키우는 정책에 불과하다고 집중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10일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추사한 ‘2018년 부동산 전체 세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집계됐고,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방안 등을 포함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미 종합부동산세율 인상(3.2%), 세 부담 상한 인상(직전 연도 대비 300%), 공정시장가액 비율 매년 5%씩 인상 등으로 부동산세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시가격마저 급격하게 상향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같은 당 권영세 의원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기초단체장의 서민 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 권한(긴급수단) 거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기초단체장의 재산세 항목 전체에 대한 탄력세율 적용을 의무화하고, 지방세 중 도시지역분 세율을 인하(현행 0.14%에서 0.12%)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올해만 3000억 원을 초과 과세하는 무분별한 증세 정책을 펴고 있다”며 “기초단체장이 긴급 수단으로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할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는 상황을 방지하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공세에 정부는 정면 반박하고 있다.
우선 부동산세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홍 부총리는 “주택거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빈번해 상대적으로 거래세 비중이 높게 나온다”면서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는 부동산 자산의 적정가격을 제대로 반영하려는 조치지만, 그 과정에서 급격한 세 부담이 있을 수 있어 ‘6억원 이하’에 대해 재산세 경감 병행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는 자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틀을 짜는 것”이라며 “증세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으로,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수백억원대 주택과 지방의 1~2억원짜리 아파트의 현실화율이 역전돼 있었다”며 “주택의 유형이나 가격대와 관계없이 가치가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공시가격이 유연하게 적용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00%가 아닌 90%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조정을 채택하게 된 배경도 부동산 가격 하락하는 경우를 반영할 결과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