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오포‧비보 등 경쟁사, D램 등 수급 속도
중국 내수 및 해외 스마트폰 점유율 확보 시동
디스플레이 수혜는 애플·삼성전자 물량 관건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중국 화웨이의 공백을 노리는 스마트폰 경쟁사들이 내년 초 점유율 경쟁을 위해 스마트폰용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 구매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점한 D램 시장의 경우 올 연말을 기점으로 내년 초까지 중가형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요 성장이 예상된다. 화웨이에 일부 공급 길을 튼 디스플레이 업계는 내년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반사이익을 통해 고부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가 확대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 발효된 이후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경쟁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구매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이들 업체는 내부적으로 화웨이 공백을 노리며 점유율 확대에 초점을 맞춰 중가형 모델로 출하량을 키우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제재 이후 중화권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수요 상승 조짐이 보인다"면서 “상반기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됐지만 하반기 들어 다소 개선되는 상황이며 이들 업체가 본격 출하량을 늘리는 내년 1~2월 중심으로 모바일 D램 수요가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내년 서버 D램 수요는 하락세지만 중화권 스마트폰 제조업계 수요 덕에 모바일용 D램 시장은 상대적으로 활기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대신증권은 올 4분기 D램 시장의 혼합 평균판매가격(ASP)는 전 분기 대비 10% 하락하지만 모바일 D램은 5% 하락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내년 1분기 혼합 ASP는 전 분기 대비 5%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가지만 모바일 D램 가격 하락세는 4%에 그칠 것으로 봤다. 당초 예상 대비 모바일 D램 가격 하락세가 더딜 것이란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은 내년 1분기까지 약세가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모바일쪽은 상황이 괜찮은 편이다. 화웨이 제재 이후 중국 제조사들의 주문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에 화웨이 수출 라이선스를 신청한 상태지만 당분간 화웨이에 메모리 공급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단기적으로 샤오미, 오포, 비보 등 경쟁사를 중심으로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가 성장하면서 D램 가격 하락 폭이 좁아지는 점은 한숨 돌릴 대목이다.
실제로 중국 샤오미는 올 3분기 들어 화웨이 시장 점유율을 바짝 추격하고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 3분기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 하락한 14%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샤오미는 8%에서 5%포인트 성장한 13%를 기록하며 접전을 펼쳤다. 앞서 2분기 화웨이는 중국 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면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퉜지만 지난 9월 들어 발효된 미국 정부 제재 이후 사업에 부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간접적인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일부 제품에 한해 화웨이에 공급 길을 튼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화웨이의 일부 제품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 승인을 받았으며 LG디스플레이 역시 일부 제품에 한해 조만간 승인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달 들어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중가형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출하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경쟁사들이 화웨이가 주춤한 틈을 공략하기 위해 중가형 모델용 부품 조달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라며 “플렉시블 OLED를 탑재한 제품의 경우 화웨이보다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리지드 OLED를 적용한 중가형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화웨이 제재 여파로 애플과 삼성전자가 받을 반사이익을 더욱 기대하는 눈치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고부가 OLED의 스마트폰 채용을 확대하면서다. 애플은 올 하반기 아이폰12 시리즈 전량에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국내 업계가 이를 나눠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