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폰으로 적자 줄이고 최상위 제품군 재편 계획
중저가폰 중심 원가·고정비 절감 전략은 진행형

LG 윙 제품 이미지 / 자료=LG전자
LG 윙 제품 이미지 / 자료=LG전자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LG전자가 보급형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원가절감 전략으로 적자폭을 줄이는 한편 폼팩터를 개편한 차기 플래그십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며 차기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LG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생산거점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데 이어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외주 생산을 확대해 비용을 절감했다. 중국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에 차질을 겪으면서 남미 등 일부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할 기회도 생겼다. 일각에선 LG전자의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군 전략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보급형 제품이 실적 완충 역할을 해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년 신형 롤러블 스마트폰 양산을 준비하기 위해 시제품을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은 ‘LG 윙’의 뒤를 잇는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차기작으로, 내년 상반기 출시가 유력하다.

안드로이드헤드라인 등 일부 외신은 신제품에 접으면 6.8인치, 펼치면 7.4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두고 중국 패널 제조사와 협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내부적으로 다양한 폼팩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년 최대 생산 가능한 규모는 50만대 수준”이라고 예상했다.

LG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G‧V 시리즈를 중심으로 운영해 온 플래그십 전략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향후 폼팩터(외형)를 혁신한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와 일반 스마트폰인 ‘유니버설 라인’ 두 가지 제품군으로 나눠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9월 공개한 LG 윙이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첫 제품이다. 차기작은 롤러블 스마트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LG전자는 LG 윙 제품 발표를 통해 신제품 관련 이미지를 공개했다. 

다만 시장에선 신형 폼팩터를 적용한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제품이 당분간 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한다. 신형 폼팩터에 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상쇄할만큼 초기 양산 규모가 미미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어려워서다. LG 윙 역시 실적에 뚜렷하게 기여하는 수익 모델보다는 향후 플래그십 전략 가능성을 보기 위한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세트업체 입장에선 핵심 모델이 몇천만대 이상 팔려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데, 모델 별로 10만~20만대씩 팔리는 전략은 사업 실적을 대대적으로 끌어올리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시장 우려와 달리 스마트폰 사업을 계속 영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당분간 보급형 Q‧K 시리즈 등을 중심으로 적자를 줄여 신규 플래그십 모델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올 들어 국내 시장에 20만~30만원대 Q 시리즈 5종과 해외 시장에 K시리즈 3종 등을 선보였다. 이들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제조자생산설계(ODM) 등 외주 생산을 적극 활용해 원가 절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중저가 스마트폰은 사업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지만 프리미엄 제품군이 약화된 상황에서 당분간 주요 매출원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선 LG전자가 ODM 비중을 올해 60%대에서 내년 70%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적자 폭을 줄여가는 추세다. 올 3분기엔 스마트폰 사업에서 약 2년간 이어오던 두 자릿수대 영업손실률도 한 자릿수로 줄였다. LG전자 MC부문은 2018년 4분기부터 매 분기마다 두 자릿수대 영업손실률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판매는 부진한 반면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엔 20%에 달하는 분기 영업손실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3분기 MC부문 매출은 1조5248억원, 영업손실 14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은 0.2%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영업손실은 7.9% 줄이는 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MC 부문 영업손실률은 9.7%로, 전 분기 영업손실률 15.8% 대비, 전년 동기 영업손실률 10.6%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 생산거점을 베트남으로 이전을 결정하면서 올해부터 고정비 부담을 줄일 발판을 마련했다. 

LG전자는 내년을 기점으로 보급형 제품의 외주생산 전략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엔 고가 제품을 넘어 중가부터 저가형까지 보급형 5G 제품군을 확대한다. 특히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정부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비틀거리는 점은 LG전자에게 기회 요인이다. 화웨이가 중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워 득세하고 있는 남미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LG전자는 남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5% 내외의 점유율을 확보한 4~5위 사업자지만 현지 3위인 화웨이가 스마트폰 양산에 차질을 겪을 경우 점유율을 가져올 여지가 커진다.

전자부품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내년 1분기까지는 스마트폰을 양산할 수 있는 부품 재고를 축적한 상태지만 미국 정부 제재가 지속되는 한 해외 시장에서 사업 보폭을 확대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이미 올 연말 경쟁사들이 화웨이 공백을 노려 부품 선주문을 하려는 조짐이 관측되며 내년 2~3월부터 물량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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