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금융회사 폭리 방지···취약계층 금리 부담 경감해야”
금융권 “제도권 대출 문턱 높아져···불법사금융 내몰릴 수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 추이/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법정 최고금리 인하 추이/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정부가 이르면 연내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연 24%인 법정금리를 내리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정치권은 대부업 등 금융회사의 폭리 추구를 막아 서민들의 자금난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계층 등이 불법사금융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정치권, 앞다퉈 최고금리 인하 필요성 주장···“현행 법정금리 높아”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연 24%로 규정돼 있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연 24%에서 연 20% 안팎으로 내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기재위 종합감사에서 “지금 기준금리가 0.5%인데 최고금리가 너무 높지 않느냐”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홍 부총리는 “최고이자율 24%는 높다고 본다”며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추진이 본격화된 것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고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면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입김이 컸다. 금융위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문 대통령은 금융위에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시장 영향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한발 더 나아가 최고금리를 연 10%까지 낮추자는 주장도 내놨다. 이외에도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추경호 의원이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는 법안을 준비하는 등 여러 정치권 인사들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통해 금융회사와 대부업체의 폭리를 막고 취약계층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최고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의원실 관계자는 “저금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고이율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취지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며 “공동 발의자를 모아서 이번주 중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금융권, 풍선효과 우려···“취약계층 불법사금융 내몰릴 것”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급격한 최고금리 인하로 초래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최고금리를 낮추면 이자 부담이 줄어 취약차주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금리 인하 영향을 단순하게 판단한 것일 뿐 오히려 취약차주가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국회 정무위 출석 당시 정치권에서 제기된 법정 최고금리 연 10% 주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은 위원장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정치권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10%로 내리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는가”라는 윤창현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대출자의 금리부담이 줄어든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데, 모두 혜택을 받지 못하면 결국은 불법사금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답했다.

2002년 연 66% 수준이었던 법정 최고금리는 여섯 차례의 단계적 인하 과정을 거쳐 지난 2018년 현행 24%가 됐다. 금융권에서는 법정 최고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경우 가계부채 경감보다는 저신용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에 내몰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고금리를 인하하면 차주들의 채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단편적이다”라며 “금리를 낮추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취약차주들이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 최고금리가 인하된 이후 실제로 9~10등급 저신용자 고객을 취급하지 않게 됐다”며 “만약 20%까지 내린다면 8등급도 취급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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