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파진흥원, 옵티머스 사건 ‘마중물’ 역할”
정부 “동의하기 어려워···솜방망이 처벌 아냐”
·‘구글갑질방지법’에는 초당적 대응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22일 종합감사 국감장 화두는 단연 ‘옵티머스 사태’였다.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소관 감사 대상 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야당 의원들은 전파진흥원이 대규모 금융사기에 마중물 역할을 했으며, 옵티머스에 부실투자를 하고도 의원실에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여당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23일까지 구글 갑질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고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을 일괄 처리하는데 초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 野, 전파진흥원 옵티머스 연루 의혹 '집중질의'
이날 종합감사 시작부터 야당 의원들은 옵티머스 사태 연루 의혹과 관련해 공세를 이어나갔다.
과기정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전파진흥원은 2017∼2018년 총 13차례에 걸쳐 1060여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며 5000억원대 대규모 금융사기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실무 당사자인 최남용 전 전파진흥원 기금운용본부장이 참고인으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최 본부장은 감사 하루 전인 지난 21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전 본부장은 전파진흥원이 지난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10개월간 13회에 걸쳐 옵티머스 자산운용사의 전신인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펀드에 1060억원을 투자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을 맡았다.
최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가 시작되는 시점에 옵티머스 경영진과 해외여행을 함께 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위행위 논란도 일고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기관인 전파진흥원이 투자했기 때문에 국민이 믿고 1조원의 돈을 모으게 된 것”이라며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투자는 처음부터 계획된 사기범죄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실을 밝히려면 최초 투자를 결정한 당사자가 나와야 하는데 국감 하루 전날 석연찮은 이유로 안 나온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와 관련해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건 전반을 수사할 특검 도입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옵티머스 사건은 전파진흥원의 기금운용 과정 모니터링이나 견제 장치가 미비했다기보다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던 것이 핵심”이라며 “그 배경에 더 큰 힘이 작용하거나 권력 실세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고 질타했다. 이어 “다수의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첨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장의 결재, 기금 원천을 제공하는 과기정통부가 자세히 검토하는 이중, 삼중의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피해자들의 위로와 보상을 위해 특검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 관련 특검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이날 야당에선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전파진흥원과 과기정통부가 의원실에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초 전파진흥원은 지난 13일에 부처와 국회에 총 6건, 670억원을 투자했고 원금을 모두 회수했다고 보고했지만 이어 10월 15일 KBS 보도가 나간 이후 1060억원으로 정정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전파진흥원이 국회에 허위자료를 제출하고 과기정통부는 부실감사를 한 꼴”이라며 “과기정통부 감사 내용을 보면 전파진흥원과 무관한 제3자의 투자를 자금운용 내역이라는 감사 자료에 끼워 넣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8년 8월에 금감원에 조사 의뢰만 했더라도 수천억원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과기정통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한근 전파진흥원 원장은 “금융시스템상 세세한 투자 현황을 알기 어려웠다”며 “허위로 자료를 제출한 것은 아니며, 나중에 데일리리포트를 받아 투자내용을 살펴봤는데 허위자료로 확인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답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증권사에서 투자하는 곳을 파악하기 어려워, 나중에 추가로 알게 된 것 같다”며 “검찰수사에도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 투자 사태에서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기영 장관은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점에 대해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최 장관은 “전파진흥원에서 담당자가 실수를 한 면이 있다고 보여 징계를 내렸다”면서도 “당시 상황으로 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파진흥원에서 과기정통부와 함께 살펴보고 검찰 수사 의뢰까지 한 상황이라 그 점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르면 11월 전파진흥원 재감사에 들어간다. 이날 이원욱 과방위원장이 2차 감사 여부와 시기를 묻자 장석영 과기정통부 2차관은 “2차 감사에 들어갈 예정이며 일단은 10월 말까지 추가로 나온 부분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여야, ‘구글반독점방지법’ 통과 초당적 대응키로
야당과 달리 이날 여당 의원들은 ‘구글 인앱 결제 강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였다.
구글 인앱결제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음 발의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홍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지난 20일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인 구글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구글로부터 인앱결제 강제나 수수료 인상을 요구받는 우리로서는 더욱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과방위 차원의 결의안을 채택하고 전기통신사업법 일괄처리를 요청해 위원회가 대안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구글의 우월적 지위로 사업자들이 나서지 못하는데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회와 정부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법안처리에 대한 명확한 일정과 처리입장을 합의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윤영찬 의원은 구글의 반독점 행위를 확인하기 위해 구글이 통신사, 제조사와 함께 수익공유 계약을 한 내용에 대한 자료제출을 과기정통부에 요구했다.
윤 의원은 “미 하원 보고서를 보면 삼성과 엘지 얘기가 나온다.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데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그로 인해 수익 공유 계약을 통해 돈을 받는 시스템이 공개됐다”며 “이런 구조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느냐”고 최 장관에게 질의했다.
최 장관이 “최근에 받아봤다”고 답하자 윤 의원은 “구글이 어떻게 시장을 장악해왔는지 거기에 우리 기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에 대해 실태 파악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이어 윤 의원은 “구글 관련 불공정 행위를 여러 차례 제소했음에도 공정위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지 않다는 2018년 판단으로 면죄부를 줬다”며 “최근 미 정부에서 오히려 독점적으로 봤다. 우리 정부도 지금까지와는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최 장관은 “공정위에서 계속 보고 있고 방통위도 우리 부도 같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감 기간에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입장을 전달하는 과방위 차원의 결의안을 채택하고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을 일괄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여야간사를 비롯해 과방위원들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내일 국감이 끝나기 전에 상임위를 열어 통과시키자고 합의했다”며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에 대해서는 국민의 우려가 큰 만큼 여야 합의된 내용에 대해서는 (일정대로) 준수되도록 여야간사들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