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따움·이니스프리·에뛰드 등과 상생 협약···핵심 ‘차별 가격’ 빠져 반쪽 협약 지적
국감장 출석한 서경배 회장 “지적 반영해 앞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 찾아보겠다” 밝혀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온·오프라인 불공정 가격 정책으로 로드숍 가맹점주와 갈등을 겪어왔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서경배 회장은 국감장 출석을 앞두고 아리따움·이니스프리·에뛰드 등 주요 가맹점주와 연이어 협약을 체결하며 ‘상생 드라이브’를 걸었다. 상생 협약을 체결하며 가맹점주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듯 보였지만 여전히 면피성의 반쪽짜리 협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서경배 회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추가 상생안, 온·오프라인 차별 가격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아 향후 아모레퍼시픽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이니스프리 정보공개서를 공개하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에게 가맹점주, 온·오프라인 정책 등에 대해 질의했다.
유의동 의원이 공개한 이니스프리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지난해 27개의 온라인 유통망에 이니스프리 제품이 공급됐지만 올해 들어 이 개수는 54개로 늘었다. 온라인뿐 아니라 가맹점 영업지역 내 마트나 백화점에서도 이니스프리 제품이 공급되고 있었다. 마트(234개), 백화점(5개), 면세점(24개) 등 263개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이니스프리 제품을 팔고 있는 것이다.
가맹본부인 아모레퍼시픽이 온라인 채널 및 가맹점 영업지역 내 타 점포로 제품 공급지를 확대하면서 이니스프리 가맹점 매출은 곤두박칠쳤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가맹점 연간 평균 매출액의 상한가는 27%, 하한가는 35% 감소했다. 금액으로만 보면 지난해 이니스프리 가맹점 사업자 한 명이 올린 연간 평균 매출액 상한가는 2017년 대비 13억3726만원 줄었고, 하한가는 3295만6000원 쪼그라들었다.
유의동 의원은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 업계 1위인 만큼, 새로운 시장 질서를 성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서경배 회장은 신년사에서 전사적으로 디지털화 방침을 밝혔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는 것은 마땅하다”면서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기존 가맹점 외에 온라인몰과 드럭스토어 등 다양한 채널에 판매하는 것은 가맹사업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최근 따로 조사한 것은 없지만 마켓셰어 비율이 60%는 안 된다”면서 “(가맹사업법 위반 여부 관련은) 제가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 지적해준 내용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가맹사업법 12조의4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기간 중 가맹점주의 영업지역 안에서 가맹점사업자와 동일한 업종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는 불공정행위라며 “가맹사업법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점과 온라인 시장 간의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아모레퍼시픽과 가맹점주의 상생 문제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면서 “가맹사업법 12조의4를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해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유 의원은 서경배 회장이 국정감사 출석에 앞서 가맹점주들과 상생 협약한 점을 언급하며 “상생 협약이 국감 면피용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가족인 가맹점주들이 건강하고 재미있게 영업 활동을 할 수 있어야 아모레도 건강해진다”면서 “그런 각오로 코로나19, 중국 사드 문제를 같이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면밀히 검토하고 깊이 생각하겠다”면서 “가맹점주는 아모레퍼시픽의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최근 상생 협약을 한 것이고, 가맹점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가맹점의 전용 상품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작년 업계 최초 마이샵 제도를 만들고 온라인 직용몰에서 생긴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그 비중을 올려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더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감 참석에 앞서 지난 16일 전국 아리따움 경영주 협의회 등과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19일에는 에뛰드, 21일에는 이니스프리 가맹점주들과 상생협약을 체결하며 3개 주요 가맹점과 협약 체결을 모두 완료했다.
가맹점주들과 협의된 내용은 ▲가맹점에 대한 임대료 특별 지원 ▲온라인 직영몰 수익 공유 확대 ▲재고 특별 환입 ▲폐점 부담 완화 ▲별도 판매 활동 지원금 지급 등이 담겼다. 다만 논란됐던 온·오프라인 가격 차별화에 대한 대책은 협약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