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기록검토만 3개월” vs 검찰 “기일 빨리 잡아달라”
양 측 PT 듣는 준비기일 한 차례 더 진행···공소사실 특정도 요구
이 부회장 측 “공소사실 인정 못해···정상적인 경영활동” 주장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9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사건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재판 진행 일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변호인 측은 기록 검토만 3개월이 걸린다며 넉넉한 기일지정을 요구한 반면, 검찰은 신속한 심리 진행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 주심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등 삼성그룹 임직원 11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 등은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이 부회장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의견은 기록 검토 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기록이 19만페이지에 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다음 기일을 최소 3개월 뒤로 잡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신속하고 집중적인 심리를 요청했다. 검찰은 변호인들이 장기간 변호해 오며 대부분 기록 확인을 한 상태라며 빨리 기일을 잡아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양 측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내년 1월14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그러면서 재판 시작 일주일 전 증거에 대한 의견을 내달라고 변호인 측에 당부했다.

재판부는 또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 양 측의 프레젠테이션(PT)를 듣겠다며 준비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가능하다면 이날 재판 준비절차를 모두 마치고 그 다음부터 본격적인 재판 진행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 승계작업의 ‘불법성’ 여부가 핵심···李 측 “정상적인 경영활동” 주장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승계·회계부정 사건은 합병 과정의 불법성 입증이 핵심이다. 대법원이 ‘승계작업’의 존재는 인정한 상황이어서, 합병 과정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의 논박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합은 승계작업을 “이재용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는 “통상적인 경영활동”이라고 강조하며 범죄라는 검찰 시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등 삼성물산 임직원 측도 “이 사건 합병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따른 것으로,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이 그 과정에서 임무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바도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계획했고 이 과정에서 조직적인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의 각종 불법행위를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수년간 계획한 승계계획안 ‘프로젝트-G’를 핵심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사회 단계, 주주총회 단계, 주주총회 이후 단계별로 공소사실을 정리했다. 합병 단계마다 조직적인 거짓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등 각종 불법행위가 뒤따랐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변호인은 “여러 행위 중 어떤 게 전제된 배경이고 어떤 게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며 “소결에 포함되지 않는 사실관계가 적시된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도 “공소사실이 어디부터 시작되는지 의문이 있었다. 자본시장법도 각각 행위가 몇 호 위반인지 특정돼야 하는데 통째로 서술됐다”며 “충분히 검토하고 의견서 내주시거나 공소사실을 정리하시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3개, 범죄사실은 총 11개에 달한다. 자본시장법위반 8개, 업무상배임 1개, 외부감사법위반 2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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