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 구성 필요” vs “영업비밀 유출 우려”

이동통신사업자 간 요금 담합의 원인으로 지적되던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하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가 유보신고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 구성 등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영업비밀 유출’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이동통신사업자 간 요금 담합의 원인으로 지적되던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하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가 소비자단체 또는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 구성 등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영업비밀 유출’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이동통신 요금 ‘유보신고제’를 앞두고 시민단체와 통신사가 팽팽히 맞섰다. 시민단체는 요금 심사 과정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반면 통신사들은 영업기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유보신고제 시행이 두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과기정통부는 전날 해당 시행령안에 대해 입법예고를 종료한 바 있다. 재입법예고는 시행령상 ‘유보신고제’ 반려 세부 기준 문언이 수정됨에 따라 추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조치다.

유보신고제란 그동안 이동통신사간 요금담합 원인으로 지적됐던 ‘통신요금 인가제’를 대신해 신설되는 제도다.

기존 요금인가제는 무선분야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 유선분야 KT에 해당하는 제도다. 1위 사업자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기존 요금제 가격을 인상할 경우 과기정통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 요금인가제 부작용 줄이겠다며 도입했지만 ‘진통’

요금인가제는 1위 사업자 요금제를 인가받으면 2, 3위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요금제를 결정해 담합 원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반해 유보신고제는 1위 사업자도 2, 3위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신고를 통해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게 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신고 내용을 15일 이내에 심사해 소비자의 이익이나 시장의 공정한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이용약관을 반려할 수 있다.

유보신고제는 지난 5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12월 10일 시행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시행에 앞서 이날 제35조 제3항의 문구를 바꿔 재입법예고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법 제28조 제4항 본문에 따라 (이용약관의) 반려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로 수정됐다.

35조 3항 기존 문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법 제28조 제4항 본문에 따라 (이용약관의) 반려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 각 호의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였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유보신고제’의 반려 기준을 구체화하고 세부절차를 규정했다.

◇ “전자공시 등 의무화” vs “현실성 없는 주장”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유보신고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시행령 일부 수정이 아닌 하위 항목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에 대해 ▲신고 자료를 분석하고 반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5명 이상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용약관심의위원회 구성(과기정통부 추천 2인, 시민사회단체 또는 소비자단체 추천 2인, 한국소비자원 추천 1인 등) ▲심의 기준 공개 ▲신고 서류 전자공시 등 심의 결과 보고서 공개 등 심의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명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법 의견서도 제출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12월에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개정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유보신고제가 잘 시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이같은 주장에 영업비밀 유출 등을 이유로 반발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요금제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며 “경쟁사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요금제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심의위원회에 참여한 외부 인사들이 정보를 경쟁사에 흘릴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와 반대 이해관계가 있는 시민단체가 심의위원회에 참여해 요금제를 심사·의결하게 될 텐데, 이 집단에서 상품에 대해 심사를 해 결정한다는 것은 무기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독립적인 전문가가 판단한다면 이해하겠지만 심의위원회에 사업자와 배치되는 이해당사자가 들어온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관계 법령에 의거 필요한 자료는 공시 의무가 있고 이를 시민단체가 절차에 따라 요구하면 되는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부 공개하라는 것은 현실성 없는 주장이란 것이다.

그는 “통신서비스가 공공서비스인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민간사업인데 (원가 등을) 전부 공개하라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여당도 유보신고제 도입에 심의위 구성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 개정안에는 유보신고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과기정통부에 이용약관심의위원회를 두는 내용이 담겼다. 심의위는 과기정통부 추천 2인, 시민사회단체 또는 소비자단체 추천 2인, 한국소비자원 추천 1인 등으로 구성되도록 했다. 현재 개정안은 관련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로 넘겨졌다.

전문가들은 통신서비스가 지닌 공공재적인 특성상 다른 상품에 비해 일정한 규제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원가 공개까지 의무화할 필요가 있을지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명수 명지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통신서비스는 일반 상품과 달리 공공재의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이 퇴색한 뒤 법의 기본 설계 등을 규제 완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현시점에서는 공공재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통신상품은 일정한 규제가 불가피하다. 다만 통신사업자 요금 원가 공개까지 의무화할 필요가 있을지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규제 필요 여부를 따지는 것과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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