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저렴한 ‘1호 요금제’ 정부 반대에 난항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이동통신 통신요금 ‘유보신고제’가 시장경쟁을 촉진을 통한 요금 인하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시행 초반부터 불협화음이다. 정부는 도입취지가 무색하게 SK텔레콤 저가 요금제를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기존 통신 ‘요금인가제’가 폐지되고 도입된 ‘유보신고제’가 지난 10일 시행됐다.
유보신고제란 통신 ‘요금인가제’를 대신해 신설한 제도다. 기존 요금인가제는 무선분야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 유선분야 KT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기존 요금제 가격을 인상할 경우 요금인가제에 따라 과기정통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 ‘유보신고제’ 시행···통신요금 인하 움직임
유보신고제 이전 운영하던 요금인가제는 1위 사업자가 요금 인가를 받으면 2, 3위 역시 이를 참고해 비슷한 수준에서 요금제를 결정해 담합의 원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요금인가제 폐해가 지적되면서 지난 20대 국회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했다.
제도 도입으로 SK텔레콤도 인가가 아닌 신고를 통해 통신요금을 정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신고 내용을 15일 이내에 심사해 소비자의 이익이나 시장의 공정한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이용약관을 반려할 수 있다.
정부는 유보신고제가 시장 경쟁을 촉진해 통신 요금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봤다. SK텔레콤도 저가요금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영상 SK텔레콤 MNO 대표는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판매 채널 확대와 이를 통한 요금제 인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0월부터 5G 요금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무선 기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최근 월 3만8500원에 데이터 9GB, 월 7만5000원에 데이터 200GB를 제공하는 온라인 요금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5G 요금제보다 30% 저렴한 것으로, 선택약정할인 25%에 5%포인트 추가 할인이 적용된 금액으로 추정된다.
◇ 제도 시행 첫날부터 정부·이통사 갈등
정부와 이동통신사 간 불협화음이 유보신고제 시행 첫날부터 포착됐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제안한 온라인 요금제 구상에 대해 9GB와 200GB 사이의 요금제가 없고 알뜰폰 시장과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며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SK텔레콤 요금제를 반려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동통신 업계는 유보신고제가 기존 요금인가제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요금제를 사전에 검토하는 관행 탓에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과기정통부는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라며 “아직 SK텔레콤 측으로부터 공식 신고된 5G 이용약관(요금 및 이용조건)은 없으며 5G 온라인 요금제 제동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요금제가 신고되면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및 시행령 심사기준 및 절차에 따라 이용자 이익 저해 여부 및 공정경쟁 저해 여부를 신속히 검토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과기정통부의 입장 발표에도 이동통신 업계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요금제 신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과기정통부와 협의를 거친다”며 “과거 시민단체에서 정부가 인가 신청을 반려하거나 보완요청을 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던 적이 있는데, 사전 협의 때 정부 입맛에 맞게 다 수정해서 신고서를 제출하니 반려될 리가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이 정식 신고서를 제출한 건 아니겠지만 협의 중 대부분 수정사항을 반영한 다음 신고서를 제출하는 관행을 고려했을 때, 과기정통부가 신고된 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겁한 처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