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현실 제작소 점프스튜디오 T타워 확장 이전...5G 콘텐츠 사업 확대 의지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SK텔레콤이 혼합현실 제작소 점프스튜디오를 본사 T타워로 확장 이전하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선다. 특히 점프스튜디오를 기반으로 초실감 콘텐츠 제작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 점프 AR∙VR 앱서비스를 선보이겠단 방침이다.
SK텔레콤은 20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점프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한 5G 콘텐츠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엔터 분야 초실감 콘텐츠 제작… 토종 AR∙VR 서비스 ‘점프’ 글로벌 진출
SK텔레콤은 점프스튜디오를 엔진으로 삼아 5G 콘텐츠 사업을 투트랙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엔터테인먼트, 광고, 스포츠, 교육분야 등 기업을 대상으로 초실감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점프 AR∙VR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 두 축이다.
점프스튜디오는 아시아 최초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3D 볼류메트릭 비디오 캡처’ 기술을 도입한 스튜디오다. 106대 카메라를 통해 초당 60프레임 촬영을 해 실제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고화질 3D 홀로그램을 생성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SK텔레콤은 해당 스튜디오를 지난 4월 서울 회현동 SK남산빌딩에 개설했고, 이날 을지로 본사 T타워로 확장 이전했다.
특히 점프스튜디오를 통해 만든 콘텐츠는 안드로이드, iOS, 윈도우 등 다양한 OS(운영체제)는 물론 스마트폰,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글라스 등에서 점프 AR∙VR 앱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점프스튜디오 핵심 경쟁력은 3D 홀로그램을 생성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기존 월 단위 작업이 주 단위로 단축되고 비용도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SK텔레콤은 엔터테인먼트 등 기업에 맞춰 초실감(AR, VR, MR)콘텐츠를 맞춤 제작하는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산업 전 분야에서 언택트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새로운 비주얼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점프스튜디오에 제작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실감콘텐츠 제작과 더불어 점프 AR∙VR 앱 내 콘텐츠를 강화해 전세계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점프 AR∙VR 이용자는 언제 어디서든 내가 좋아하는 셀럽을 소환해 함께 사진, 동영상을 찍고 SNS에 공유할 수 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숏폼 형태의 UGC(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가 활발하게 소비되면서 밈(meme)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에 최적화된 포맷이라는 설명이다.
유영상 SK텔레톰 MNO사업대표는 “현재 점프 AR∙VR 앱 누적 가입자는 300만명이며, 내년 1000만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점프 AR∙VR 서비스 글로벌 진출을 본격 추진한다. 해외 기업에 일회성으로 콘텐츠를 수출하는 대신, 각국의 대표 ICT 기업과 손잡고 ‘점프’ 브랜드 그대로 현지 시장에 출시하는 방식이다. 마케팅, 콘텐츠 제작 투자 등도 함께 수반된다.
첫 해외 출시국은 올해 5G 상용화를 맞아 관련 투자가 활발한 홍콩이다. 홍콩 1위 통신기업 PCCW 그룹(산하 홍콩텔레콤, PCCW 미디어)은 최근 SK텔레콤과 ▲점프 AR∙VR 서비스 현지 마케팅 협력 ▲5G 콘텐츠 공동 제작 및 투자 ▲신규 AR∙VR 사업 발굴 등을 골자로 하는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홍콩 PCCW를 시작으로 유럽, 북미, 아시아 지역 대표 이동통신사, 콘텐츠 기업들과 긴밀하게 점프 AR∙VR 콘텐츠 공동 투자·제작을 논의 중이며 서비스 출시국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다.
◇비대면 시대 아바타로 최대 100명까지 모임… AR∙VR 기술 지속 고도화
SK텔레콤은 기자간담회에서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 공간에 최대 100명까지 동시 접속해 컨퍼런스,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모임을 갖는 소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버추얼 밋업(Virtual Meetup)’도 공개했다.
입체적인 비대면 회의를 원하는 이용자라면 누구나 버추얼 밋업 모임을 주관하고 지인을 초대할 수 있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점프 VR 앱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별도 VR 기기 없이 스마트폰, PC 만으로도 가능하다.
버추얼 밋업은 실제 모임 같은 현장감을 제공하기 위해 가상의 컨퍼런스 공간에서 대형 스크린, 무대, 객석 등을 3차원으로 구현했다. 이용자들은 개인 취향에 따라 얼굴, 머리모양, 복장 등을 선택해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고 가상 모임에 참여해 다른 아바타들과 대화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3년부터 ‘버추얼 소셜 월드(Virtual Social World)’ 구현을 목표로 자체 AR∙VR 기술 플랫폼인 T 리얼 플랫폼을 기반으로 멀티 텍스처 렌더링, 초저지연 실시간 동기화, 아바타 프레임워크 등 다양한 독자 기술을 개발해 오고 있다. 올해 AR∙VR 관련 기술 특허를 44건 등록해 총 140여건의 특허를 확보하는 등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개인 이용자와 서드 파티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콘텐츠 제작 플랫폼도 공개함으로써 AR∙VR 콘텐츠 생태계를 더욱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AR∙VR 생태계 조성은 언제쯤...구체적인 BM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워’
다만 이번 AR·VR 시장 공략 계획과 관련해 SK텔레콤은 구체적인 매출 목표나 비즈니스모델(BM)은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유영상 MNO사업대표는 “일단 매출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가입자의 호평을 받기 시작하면 여러가지 비즈니스 모델(BM)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버추얼 밋업 역시 당장은 가입자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전진수 5GX서비스사업본부장은 “버추얼 밋업 유료화는 당장 계획이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있다”며 “소비자 대상 BM이 아니더라도, 기업(B2B) 대상 BM 등 여러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AR∙VR 시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미래 가능성을 보고 계속해서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진수 사업본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생각하지 못한 속도로 AR·VR이 삶에 가까이 오고 있다”며 “스마트폰 대신 안경을 쓰는 시대가 됐을 때 저희 서비스가 한층 더 친근한 서비스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