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회계기준 통해 ‘외환평가조정금’으로 쌓아둬···총 35.4조 환손실 발생도 알리지 않아
한은 당기순익 꾸준히 증가···정성호 의원 “경영상태 심각한 왜곡, 외환보유 위험 숨겨져”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2010년부터 10년간 실제순이익이 4조1000억원에 불과함에도 당기순이익을 약 33조원으로 공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한국은행은 지난 10년간 총 35조4000억원의 환손실이 발생한 부분을 알리지 않았고, 자체 회계처리 기준도 일반적인 회계기준에 맞지 않게 설정해 공표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0년간 당기순이익은 약 33조원 수준이지만, 매년 환율변동에 의한 환율평가손익을 당기손이익으로 인식해 처리하는 일반적인 회계기준, 법령 등을 따르지 않고 ‘외환평가조정금’(자산·부채 계정)으로 쌓아뒀다.

이와 같은 자체 회계기준으로 한국은행의 2010년, 2019년 당기순이익은 각각 3조5000억원, 5조300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기간 한국은행은 총 35조4000억원의 외환평가 손실을 기록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 의원의 설명이다.

정 의원은 “환율평가손익을 인식하지 않는 것은 일반적 회계기준이나 법령(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제27조, 국가회계법 등)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해당 법령에는 외국환 평가손익을 결산기의 평가손익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평가손익을 기간손익으로 인식할 경우 당행 수지 및 외환보유액에 급격한 변동을 야기할 수 있어 자체 회계규정에 따라 대차대조표 항목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 외환보유액은 달러화로 표시는 만큼 손익으로 처리하더라도 영향이 없다고 정 의원은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원화 표시 손익 수지만 변동되는 등 왜곡만 발생해 외환·재정정책 수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은이 35조4000억원의 환손실을 손익으로 반영하지 않아 한은의 경영상태가 심각하게 왜곡됐고, 외환 보유에 따른 위험이 숨겨져 정책당국이나 국민의 외환보유 관련 판단을 흐렸다”며 “향후 재무현황을 발표할 때 외국환 평가손익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표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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