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원가의 40% ‘핵심기술’ 배터리···“기존 車하청업계와 위상 달라져야”
코나EV 동급 니로EV 문제없어···“현대차 배터리 공급선 변화 나타날 수도”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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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코나EV 리콜로 촉발된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의 물밑 대립각이 양 업계를 대표하는 대리전으로 여기며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을 추진하던 두 기업 간 신경전이 추후 배터리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대리전 대목은 일종의 주도권 다툼을 의미한다. 기존 내연차의 핵심부품은 엔진기관이다.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가 엔진의 역할을 대신한다. 전기차 원가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자연히 자체 엔진기술을 바탕으로 부품공급업체에 우위를 점했던 과거와 달리 배터리업계의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화재원인이 배터리 결함이라는 명확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의 중간발표로 LG화학의 브랜드 실추가 상당해 보인다”면서 “과실 논란이 있을 때마다 완성차업체들이 하청업체들에 책임을 전가했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 전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이 배터리업체가 완성차에 끌려가는 모습이 연출된다면 기존 부품공급사들과 유사한 입지만을 보유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복수의 배터리업계 관계자들도 배터리 기술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최소한 동등한 입지를 다져야 한다며 유사한 반응들을 보였다. 이번 화재원인 규명을 놓고 국내 배터리업계 1위 LG화학의 대응이 곧 전체 배터리업계의 입지에 상당한 영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LG화학 측은 배터리 분리막 결함 가능성을 제기한 국토부의 발표에 즉각 반박하며 현대차와 함께 화재원인규명에 최선을 다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반면, 배터리 탑재여부 결정권을 쥔 완성차업체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측면을 강조한 반응들도 있었다. 동시에 코나EV와 유사한 제조체계를 갖춘 동급모델인 기아차 니로EV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리콜사태 후 현대차의 배터리 수급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점쳤다. SK이노베이션 납품물량이 확대되거나, 삼성SDI로부터의 공급이 본격화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에 LG화학 배터리를, 기아차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주로 장착해왔다. 삼성SDI의 경우 공급사 선정 과정에서 물망에 올랐으나 실제 탑재된 사례는 전무하다. 올 상반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국내 주요 배터리업계 총수들과 회동을 가지며 폭 넓은 협업을 예고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두 차례나 단독회동을 가져 삼성SDI 배터리 공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인사는 “리콜조치 전부터 코나EV에 대한 화재보고가 속속 올라오면서 대내적으로 LG화학 배터리 제품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면서 “제네시스 브랜드 전기차모델과 전기차 전용 아이오닉 브랜드 초도 배터리 물량 모두를 LG화학이 아닌 SK이노베이션이 맡게 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귀띔했다.

한편, 현대차는 연속화재 논란을 빚은 코나EV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해외에서도 실시할 계획이다. 리콜 규모도 확대됐다. 2017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외에서 판매된 7만7000여대에 이른다. 리콜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현대차(080-600-6000)에 문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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