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기국회 내 처리 목표 ‘입법 드라이브’
野 “경제성장 과정서 불법 행위 용인”
“속전속결 통과, 부적절·위험” 신중론 제기도
경영계 “‘기업 옥죄기’ 법안” 반발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이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등 야당도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현재 시행 중인 법안 중 ‘반(反)시장적’ 내용들을 개정할 필요성이 충분하고, 기업 경영 등에 큰 지장도 없을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공정경제 3법’은 기업을 옥죄는 ‘기업규제 3법’이라며 연일 날선 반응을 이어간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 추진과 관련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與, 정기국회 내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포함 ‘공정경제 3법’ 처리 의지
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의 9월 정기국회 통과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24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재계의 합리적인 우려에 대해 법안 심의과정에서 세밀하게 대안을 만들어 보완할 것이지만, 이번 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의)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며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도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부당 외부거래 등 건전한 시장 질서를 해치는 요소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지난 22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의 면담에서 “‘공정경제 3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의견을 듣고 당연히 경제계 의견을 듣는 과정도 거치겠다”면서도 “경제계도 이해해줘야 할 것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는 데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경영계 등의 우려와 법 개정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겠지만, 법안 논의와 처리 등 절차를 지연시키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이 지난 대선·총선 등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만큼 올해 예산편성 전까지 매듭을 짓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분위기다.
아울러 법무부가 오는 28일 입법예고할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내용도 함께 처리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경제 3법’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전속고발제 폐지 ▲사익편취 규제대상 총수일가 지분 기준 20%로 완화 ▲금융 지주회사가 없는 대형 금융그룹 감독 강화 등이 주 골자다. 여기에 당초 증권분야에만 제한돼 시행하던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50인 이상 피해자 발생 손해배상청구소송)로 확대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될 경우 기업은 영리활동 중 반사회적 위협행위 시 피해액의 5배를 배상해야 한다.
◇지지의사 내비친 野 “기업 행태 시정하기 위한 것”···당내 일각 ‘신중론’ 제기
이와 같은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야당은 지지 의사를 내비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면담 후 “우리(국회)가 한국 경제에 큰 손실이 올 수 있는 법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며 “각자의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어느 정도 접점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그는 “(경영계가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고 ‘반시장적’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과거 경제 성장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의 불법 행위를 용인했고 경제 모순이 많이 축적됐다”고 말했다.
‘공정경제 3법’은 현재의 바람직하지 않은 기업의 행태를 시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영계의 우려처럼 기업 경영에 큰 문제도 없을 것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처음부터 안 되겠다, 기업을 옥죄는 법이다 이런 사고를 가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지금까지 기업들 관행을 보면 법이 규정한다고 해서 경제 활동을 못 하거나 한 것은 없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여야 지도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정치권은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을 꼭 처리하겠다는 것이 당 방침이고, 김 위원장을 필두로 국민의힘도 화답하고 있는 만큼 10~11월 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코로나로 인해 기업이 죽기 살기로 버티고 있는 국면에서 이렇게 기업 경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들이 정부에 의해 제기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공정경제 3법’을) 근거 없이 속전속결로 통과시키는 것은 부적절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중한 논의를 진행한다면 이 위기가 지나갔을 때 우리 경제를 더 건강하고 활력 있게 북돋을 수 있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며 “기업 규모나 총수 일가 영향력 등 힘의 논리에 의해 시장 경쟁이 왜곡되는 것을 시정한다는 취지에 적극 찬성이지만, 기업 경영활동이 심각하게 저해된다는 경영계 걱정 역시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연일 ‘기업규제 3법’ 지적하는 경영계···소송 남발·헤지펀드 표적 등 우려
경영계는 ‘공정경제 3법’을 ‘기업규제 3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가 공동성명문을 잇따라 발표했고, 경영계 인사들의 발길은 연일 국회로 향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국회를 방문해 “(‘공정경제 3법’ 관련 논의의) 진행되는 절차·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기업들은 기업대로 생사가 갈리는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데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자꾸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공정경제 3법’이 시행될 경우 기업에 대한 소송을 남발하게 돼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어렵다고 경영계는 주장한다. 또한 대주주의 경영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아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계 헤지펀드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경제단체들은 공동성명에서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할 시기임에도 불구, 위기 극복에 찬물을 끼얹는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에 신중해야한다”며 이와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25일 국내 30대 기업의 인사‧노무책임자(CHO) 간담회에서 “최근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입법도 기업 부담을 늘리는 내용이 많아 경영계로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