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향 AP 7500만~8000만대 양산 전망...5나노 공정 적용
삼성전자는 퀄컴 수주 확대…TSMC 추격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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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애플 덕에 방긋 웃었다. TSMC는 화웨이와의 반도체 거래가 끊기고도 애플 5G 스마트폰과 컴퓨팅 반도체 수요 덕에 연말 호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다. TSMC와 '나노'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도 4분기를 기점으로 5나노 제품 판매를 확대한다. 

18일 폰아레나 등 외신은 TSMC가 올 연말까지 아이폰12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4 바이오닉을 8000만개 양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A14 바이오닉은 애플 최초로 5나노 공정에서 제작된 칩셋이다. 전작 A13 바이오닉(7나노) 대비 더 미세한 회로 선폭이 적용됐으며, A12와 비교하면 CPU 성능은 40% 향상됐다.

애플은 A14를 TSMC 5나노 공정에 생산을 맡겼다. 폰아레나는 TSMC가 지난 3월부터 5나노 양산을 시작했으며 올 연말까지 양산 물량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 역시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TSMC 5나노 공정은 애플의 아이패드 에어, 아이폰, 맥 등에 탑재될 반도체 위탁생산으로 인해 연말까지 예약이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추정했다.

애플과의 협력관계가 지속되면서 TSMC는 올 3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그대로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회사는 올 3분기에만 112억~115억달러(약 13조~13조3500억원) 수준의 매출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는데, 이미 지난 8월에만 1229억대만달러(약 4조9000억원)의 매출 실적을 내면서 상당 부분을 채웠다. 이에 TSMC의 올 들어 8월까지의 누적매출은 총 8500억대만달러(약 34조 500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한 매출 실적이다. 사실상 지난해 이어 올해 연간 최대 매출 실적을 또 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업계는 TSMC가 지난 15일 이후 화웨이와의 거래가 완전히 끊겼지만 다른 ‘큰 손’들의 주문이 지속되면서 매출 손실 폭을 줄일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TSMC가 지난해 이어 올해까지 미세 공정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애플과의 협력 관계도 단단해졌다. 애플은 지난해 TSMC의 매출 가운데 20%를 차지한 주요 고객사다. TSMC는 올해 전체 매출 가운데 5나노 매출 비중을 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경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의 생산 라인에서 애플향 출하가 매년 8~9월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3분기 매출이 호조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팹리스 고객사들의 다음 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TSMC의 전방 산업 수요라고 가정한다면, 미디어텍, AMD, 엔비디아가 애플과 더불어 TSMC의 매출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 2분기 5나노 공정에서 양산을 시작했다. 연말을 앞두고 수율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물량을 본격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애플로부터 수주한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다툼이 치열한 경쟁 관계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삼성전자는 퀄컴을 비롯해 IBM, 엔비디아 등 주요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대거 확보했다. 특히 퀄컴은 올 연말 5G 스마트폰 AP인 스냅드래곤 875(가칭) 칩셋을 삼성전자에 전량 위탁생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퀄컴이 그간 플래그십용 제품을 TSMC에, 보급형 제품을 삼성전자에 양분해 맡겨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주 성과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후발로 진입하면서 생산능력이나 매출 규모 면에서 TSMC에 열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3.9%, 삼성전자는 17.4%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TSMC는 50.5%, 삼성전자는 18.5%를 기록했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1년 만에 32%포인트에서 36.5%포인트로 벌어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7나노 기술을 선점한 데 이어 5나노 공정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빠르게 TSMC를 추격 중이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5나노 이하 공정 기술력을 확보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양사는 미세한 회로 선폭을 구현하기 위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확보했다. 경쟁사인 인텔은 10나노 이하 공정 기술 개발에 애를 먹고 있다. 일각에선 애플이 TSMC의 미세 공정에서 생산 가능한 물량을 독점하면서 퀄컴이 삼성전자에 물량을 맡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생산 능력이나 규모 면에서 TSMC에 한참 못 미치지만 미세 공정 기술력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대형 고객사를 하나둘 확보하면서 사업 보폭을 넓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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