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사 중 9개사가 적자 허덕여
실리콘웍스·어보브반도체만 잘 나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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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국내 시스템반도체 한축을 담당하는 팹리스 업계가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상위 팹리스 20개사 가운데 선두업체인 실리콘웍스와 어보브반도체는 그나마 실적 성장을 거듭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9개사가 적자를 냈다. 흑자를 기록한 11개사중 4개사는 영업이익이 줄었다. LG 자회사인 실리콘웍스의 선전이 두드러진 가운데 적자를 낸 업체는 계속 적자상태로 빈익빈 현상이 이어졌다. 

1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팹리스 상장사 20개사 중 9개사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체 팹리스 중 적자를 낸 기업 수는 1년 전 같은 기간 12개사에서 줄었지만 9개사 가운데 6개사가 하위 10위권에 쏠려 상위 업체와의 실적 격차는 더 벌어진 모습이다. 

선두권 중 실리콘웍스와 어보브반도체의 영업이익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LG 자회사 실리콘웍스는 올 3분기 매출 3672억원, 영업이익 485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245% 실적이 급증했다. 주요 거래처인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가동을 본격화하면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집적회로(DDI) 공급이 크게 늘었다. 올해 첫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어보브반도체는 올 3분기 매출 410억원, 영업이익 82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7.8% 늘고 영업이익은 154.9% 급증했다. 이 회사는 가전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개발에 주력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계향 매출과 중국향 매출이 각각 절반 수준을 차지한다. 3분기 들어 코로나19 여파가 완화되면서 가전과 IT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아나패스와 동운아나텍은 모바일 성수기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아나패스와 동운아나텍 모두 스마트폰용 제품 관련 실적이 늘면서 3분기 전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41%씩 뛰었다. 아나패스는 디스플레이용 T-CON과 TED(T-CON embedded driver) IC 등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는 회사다. 그간 대형 LCD 디스플레이용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을 올리다가 올 들어 모바일 OLED용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세다. 올 3분기 이 회사의 OLED향 매출 비중은 50.1%를 기록하면서 LCD향 매출 비중을 역전했다.

동운아나텍도 스마트폰 성수기를 맞아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매출 215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동운아나텍은 자동초점(AF) 드라이버IC 등 모바일용 반도체 사업을 한다. 이 가운데 지난해 첫 매출을 올린 OIS 드라이버 IC 사업은 올 1~3분기 누적 매출 124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용 이미지센서 공급사 픽셀플러스도 올 3분기 3억6600만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이 회사는 차량용 CMOS 이미지센서(CIS) 사업을 중심으로 애프터마켓 수요를 주로 공략한다. 중국과 대만 매출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HD, FHD급 제품 수요가 늘면서 급성장이 예상됐으나 올초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 그러나 3분기 들어 중국 시장 회복세에 접어든 가운데 애프터마켓 수요가 늘면서 영업실적이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연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대체로 모바일용 제품에 주력하는 팹리스 업계가 성수기 수요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된 모습이다. 다만 일부 업체는 올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이 지속되면서 실적 회복세가 더뎠다. 

차량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텔레칩스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 했다. 텔레칩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과 공급에 주력하는 업체다. 국내 현대·기아차의 엔트리 및 중저가형 차량 대부분에 텔레칩스 AVN 반도체가 적용됐다. 그러나 올초엔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완성차 시장이 흔들리면서 상반기 6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84억원 규모다.

앤씨앤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51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냈다. 이 회사가 주로 공략하는 차량용 카메라 영상처리 칩과 블랙박스 사업을 중심으로 애프터마켓 수요가 늘었고 자회사인 넥스트칩 실적 반영이 본격화하면서다. 다만 자회사들의 연구개발 비용 지출이 늘면서 영업적자는 지속했다.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적자는 102억3400만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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