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부, 공공서비스·그린뉴딜 투자 대폭 늘려야”
고용안전망 및 소득재분배 강화 필요성 제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내수와 고용 어려움이 커졌지만 4차 추경이 피해 계층 지원에 한정되면서 소비 활성화 대책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 이에 내수 부진에 따른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격상으로 소비 침체가 커졌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음식점 카드매출은 9월 첫째 주(8월 31일∼9월 6일)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4% 줄었다. 9월 첫째 주 전체 카드승인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지난 8월 백화점 매출액과 할인점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7%, 2.7% 감소했다. 카드 국내승인액은 1년 전보다 3.4% 늘었으나 6월(9.3%)과 7월(4.8%)보다 증가 폭이 작아졌다.
국민들의 이동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첫째 주 지하철 이용객은 전년 동기 대비 41.4% 줄었다. 8월 31일~9월 6일 사이의 철도 이용률은 1년 전보다 50.6%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발표한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민간소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가계소득 여건과 소비심리의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보여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용상황 및 자영업자 업황 개선이 지연되고 있어 가계소득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소비심리도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어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내수 침체는 고용 충격으로 번졌다. 지난 8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7만명 넘게 감소했다.
내수와 연관이 높은 도매·소매업(-17만6000명), 숙박·음식점업(-16만9000명), 교육서비스업(-8만9000명) 등에서 취업자 수가 많이 줄었다. 제조업도 5만명 줄었다.
이처럼 내수가 침체됐지만 정부의 대책은 현재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4차 추경안을 발표했으나 소비 진작보다 피해계층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7조8000억원의 추경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및 특수고용노동자 등 고용취약계층에게 현금 지원하기로 했다. 실직·휴폐업 등 위기 가구에도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고 아동특별돌봄 지원은 초등학생까지 대상을 늘린다.
정부의 경기보강 패키지 지원의 경우 도로안전 확보, 송배전 건설 등 공공기관 내년 투자계획 1조원을 올해 4분기로 당겨 조기 투자하지만 소비 진작과 직접적 연관성이 적다.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1차 재난지원금은 기한이 있는 상품권으로 지급해 소비 효과가 컸다. 그러나 2차 재난지원금은 1차보다 규모도 작고 현금이어서 내수 진작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추진했던 ‘8대 소비쿠폰’ 지급도 코로나 재확산으로 연기돼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돼야 소비쿠폰 재지급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방역이 우선이기에 소비쿠폰 지급을 연기했다. 현재와 같은 확산세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서는 소비쿠폰 지급을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중대본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소비쿠폰을 다시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공공서비스와 한국판 뉴딜 투자를 정부가 앞장서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 이사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이 강화되는 시기에는 공공서비스 투자를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요즘에도 사람들이 자주 활동하는 자전거도로와 등산로를 정비하고 등산 교육을 온라인으로 실시할 수 있다”며 “또한 한국판 뉴딜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재생에너지 등에 대해 과감히 투자를 늘리고 기업들의 투자가 뒤따라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줄어든 이들을 위해 고용안정망을 강화하고, 소득 재분배를 하면 내수에도 도움이 된다. 소득 재분배 과정에서 누진세 강화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