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플랫폼…B2C·B2B 시장 총 망라

LG유플러스 'XR 얼라이언스' 기념사진 / 자료=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XR 얼라이언스' 기념사진 / 자료=LG유플러스

통신사들이 ‘탈(脫) 통신’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국내외 IT 공룡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이에 위협을 느낀 모습이다. 이에 통신사들도 통신외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통신사들의 탈통신 행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통신망 하나만 갖고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구글·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 등 IT업체들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주류에서 밀려난 상태다. 물론 통신사들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IPTV 사업을 키웠으며, 여러 자회사를 통해 부동산, 쇼핑, 보안, 콘텐츠 사업 등 다양한 비통신 사업들을 육성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들의 경우 시장을 주도하는 수준까지 성장하지는 못했다.

통신사들은 지난해 5G가 상용화되자 이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분야 역시 B2C와 B2B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손을 뻗치는 모습이다. KT의 경우 아예 플랫폼 사업자로의 도약을 직접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달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데이’에서 “2분기 실적에서 AI·DX 분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하며 주요 사업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이번 AI/DX 데이가 플랫폼 사업자로서 고객 삶의 변화와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KT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B2C 분야에서 통신사들은 OTT 및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구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KT는 OTT 서비스 ‘시즌’을, SK텔레콤은 ‘웨이브’ 각각 선보였다. 두 서비스 모두 다양한 독점 콘텐츠를 무기로 국내 OTT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따로 OTT서비스를 출시하진 않았으나 기존 ‘U+모바일tv’를 통해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제공한다.

클라우드 게임 역시 통신사들의 격전이 펼쳐지는 곳 중 하나다. 통신 3사는 현재 플랫폼 구축에 한창이다. KT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 ‘게임박스’를 선보였으며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와 함께 ‘지포스나우’를 출시했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을 오는 15일 출시할 계획이다.

SK텔레콤 엑스 클라우드 모습 /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 모습 / 사진=SK텔레콤

이렇듯 통신사들이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콘텐츠 및 여러 서비스만 만들어서는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플레이스토어가 앱마켓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듯 이제는 콘텐츠 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페이지나 카카오게임즈를 만든 것 역시 플랫폼 확장의 일환이다. 플랫폼이 성공하면 양질의 콘텐츠는 알아서 모이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B2C뿐만 아니라, B2B에서도 플랫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먼저 KT의 경우 현재 AI 산·학·연 협의체인 ‘AI 원팀’을 통해 인공지능(AI) 관련 플랫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울러 KT는 구현모 대표 취임 후 첫 투자로 최근 현대로보틱스 지분 10%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보다 향상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구축하겠단 계획이다.

SK텔레콤이 이스라엘 의료영상 촬영장비 전문업체 ‘나녹스’에 투자한 것도 KT와 비슷한 이유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과 지난 6월 두 차례에 걸쳐 2300만달러(약 273억원)를 나녹스에 투자했다. 향후 5G를 활용한 원격의료 플랫폼 구축을 위한 선제적인 투자란 분석이다. 

LG유플러스도 최근 5G 기반 글로벌 실감형콘텐츠 연합 ‘XR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XR은 5G 시대 핵심 콘텐츠로 불리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과 미래에 등장할 신기술까지 포괄하는 확장현실을 뜻한다. LG유플러스는 이번 XR 얼라이언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실감형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최근 망 사업자로서의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5G 역시 5G 자체만으로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이에 통신사들도 5G를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 구축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여러 분야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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