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이폰12용 OLED 공급 확대…수년간 투자 성과
POLED ‘흑자’ 전환은 아직···고객사·제품군 다변화 시도
LG전자는 BOE와 차세대 스마트폰 폼팩터 개발 중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부품 사업에서 각자도생에 나섰다. 스마트폰 원가 절감이 절실한 LG전자는 중국 패널 제조사와 손을 잡았고,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큰 손'이 필요했던 LG디스플레이는 애플과의 거래에 집중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용 패널 공급을 본격화하는 3분기부터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 적자폭을 줄여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중국 BOE와 함께 차세대 스마트폰 폼팩터(외형)을 개발 중이다. 양사는 디스플레이를 말아 넣을 수 있는 롤러블 스마트폰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돌입해 이르면 내년 출시를 목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지난해 BOE와 플렉시블 OLED 기술을 기반으로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면서 "해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롤러블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LG전자스마트폰 주요 패널 공급사였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LG전자에 스마트폰용 OLED 공급이 줄었다. LG전자가 V60 등 주요 플래그십 모델이나 듀얼 스크린용 플립커버 디스플레이에 BOE나 비전옥스의 패널을 탑재하면서다. 지난 21분기 연속 스마트폰 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LG전자는 제품 원가 절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할 정도로 제조 원가절감에 힘쓰고 있다. OLED 양산 초기인 탓에 수익성 대신 공급 이력을 쌓는 중국 업계와의 이해 관계가 맞물렸다. 

그럼에도 증권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올 3분기부터 중소형 OLED 사업에서 적자 폭을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의존하는 대신 화웨이와 애플 등 해외 고객사를 중심으로 공급선을 꾸준히 확보해온 덕분이다.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OLED 사업에 후발로 뛰어들면서 수년간 투자 대비 수익을 건져내지 못 했다. 사업 수익성을 재건하기 위해 애플과 같은 ‘큰 손’이 절실했다는 평가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과 LG디스플레이 모두 경영 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이었다"면서 “디스플레이 제조사 입장에선 모델 별로 200만대 밑으로 팔리는 스마트폰 물량의 경우 비용이 더 들어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올해를 기점으로 애플에 공급하는 디스플레이 물량을 확대할 전망이다. 시장에선 LG디스플레이가 지난달부터 아이폰12 시리즈 일부 모델에 탑재될 6.06인치 플렉시블 OLED를 출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1500만~2000만대 규모의 아이폰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500만대 대비 최대 4배 확대된 물량 규모다.

이에 일각에선 LG디스플레이가 올 3분기 반짝 흑자전환할 가능성도 나온다. LCD 패널 가격이 3개월 연속 오름세인데다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IT용 패널 등 비대면 경제 수요가 성장했다. 무엇보다 그간 적자를 내던 POLED 사업을 중심으로 손실 폭을 줄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북미 고객의 신제품 수요가 당초 예상치 대비 10~15% 늘어날 것으로 보여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은 4분기에도 영업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 3분기 LG디스플레이가 POLED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한 1조3230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한 달 가량 밀린 아이폰12 시리즈 출시 시점에 맞춰 올 4분기 스마트폰용 OLED 라인 역시 가동율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직까지 POLED 사업의 분기 흑자 전환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전장이나 웨어러블 제품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원석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OLED 생산 규모는 삼성에 비해 작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급 물량이 적은 스마트폰 모델의 경우 투입되는 연구개발(R&D) 비용 대비 큰 효용성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향후 여타 해외 고객사를 확보하면 사업에 긍정적이겠으나 현재 시장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점이 부담이다. 전장이나 웨어러블용 OLED 등 제품군 다변화 전략이 중장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애플이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아이폰 전량에 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호재다. 아직까지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 비중이 우세하나, 내년 전체 아이폰 OLED 물량이 늘어날 경우 LG디스플레이의 공급 물량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LG디스플레이가 주요 고객사로 확보한 화웨이와 애플의 스마트폰 사업이 미중 무역분쟁의 기로에 놓인 점은 사업 변수다. 

정 연구원은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공급 비중이 적은 LG디스플레이에게 큰 타격이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년 BOE가 화웨이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애플에 영업을 속도내는 점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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