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V 디스플레이 전략 향방 주목

'시어머니와 며느리.'

최근에 만난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반쯤 농담을 섞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관계를 이 같이 비유했다. 정확히 말하면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며느리보다는 아들에 가깝다. 그런데도 굳이 모자(母子)가 아닌 고부 관계로 비유한 것은 양사가 마냥 돈독해지기만은 어려운 현 상황을 빗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하반기 QD디스플레이에 도전한다. 중국 업계에 발목 잡힌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은 올해를 기점으로 중단한다. 관련 인력은 전환 배치하고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구조적으로 공급과잉이 고착된 LCD 사업을 넘어 TV용 패널 사업에서 수익성을 재건하기 위한 시도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1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선 QD디스플레이의 초기 제품을 두고 블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발광원으로 삼아 퀀텀닷(QD) 컬러필터를 올린 구조의 디스플레이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기존 LCD 대비 높은 색 재현력이 강점이다. 최근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소니, 파나소닉 등에 평가용 제품을 공급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시장에선 만들기만 하면 새로운 수익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의향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QD디스플레이가 화이트 OLED를 발광원으로 삼는 LG디스플레이의 방식과 기술적 차이는 있지만 넓게 보면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본다.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도 ”경쟁사의 QD디스플레이는 기본적인 구조와 공정이 OLED 범위에서 해석되는 제품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대표 임원들은 공식석상마다 OLED TV 사업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해왔다. 투자비용 대비 건질 수 있는 사업 수익성이 크게 보장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경쟁사인 LG전자가 OLED TV를 독자적인 정체성으로 내걸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이미 QLED TV를 앞세워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LG전자가 독주하는 OLED TV 시장에 후발로 발들이기도 탐탁지 않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차세대 프리미엄 TV 전략으로 마이크로LED 기술을 내세우고 있다.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는 미세한 LED 칩을 촘촘히 전사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그래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삼성전자가 만든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제품 양산에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든든한 모회사라기보다 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큰 손에 가깝다. 돈독한 모자 관계 보다 눈치를 봐야 하는 고부 관계에 가깝다는 비유가 나온 이유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내년 하반기 양산될 QD디스플레이가 어떤 옷을 입고 나올지 주목한다. 일각에선 ‘QD’라는 브랜드로 새 옷을 입혀 삼성전자가 TV 패널로 채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나노LED를 발광원으로 삼은 QN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과도기를 거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LCD 출구 전략으로 택한 QD디스플레이가 국내 대형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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