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임기만료 이 회장, 이달 내 아시아나 매각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 표명
현산의 재실사 요구 수용 및 각종 금융 지원 기대···“특혜 논란보다 매각 종결 초점 맞출 듯”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나 매각 협상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다급한 모습이다. 반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느긋하게 협상에 임하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 임기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임기 내 아시아나 매각을 마무리 짓기 위해 HDC현산 측에 확실한 당근책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산은 산은 제시안에 따라 아시아나 인수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전날 HDC현산에 최고 경영진간 면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이번 면담을 제안하면서 아시아나 인수·합병이 조속히 종결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같은 날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와 권순호 HDC 현산대표도 회동을 가졌다. 금호산업의 대면 협상 요청을 현산이 수용하면서 이뤄진 면담이다. 만남에서 양측 대표는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은 거래 전반에 대한 내용을 논의하고자 했으나. 현산에선 재실사 여부만 언급해 대화에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양사 대표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산은이 직접 나서게 됐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 회장은 인수 문제 논의를 위해 두차례 만났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 회장은 조속한 시일 내 아시아나 인수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입장이다. 이 회장 임기 종료일은 내달 10일이지만,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는다. 업계는 후임자들이 아시아나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이 커 선뜻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아시아나 매각과 쌍용차 유동성 문제 처리 등의 현안을 이달내 마무리 하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산은이 현산 측에 거래 종결을 위한 파격적인 카드를 꺼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산은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재실사 수용 및 금융지원이다. 재실사를 통해 재협상에 들어가면 결국 금호산업에 지불해야 할 구주가격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산은은 인수대금을 낮출 경우 자칫 특혜시비 논란이 일어날 수 있어 재실사 요구를 거절해왔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현산 말곤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현산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출금 상환 연장이나 금리 인하 등의 현산 측 요구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HDC현산은 인수를 마무리하는 즉시 갚아야 하는 자금 상환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산은은 입찰과정에서 아시아나가 산은에서 빌린돈 1조원가량을 인수 즉시 갚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영구채 출자전환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이 영구채를 출자전환하면 현산이 이를 일부 매입해 아시아나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이 경우 현산 입장에선 인수 후 매년 수백억원에 이르는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국책은행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 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각에선 산은이 현산과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아시아나 매각을 포기하고, 채권단 관리 아래 둘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매각 불발 이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해 아시아나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자리를 중시하는 현 정권 입장에선 거래 불발만은 피하고 싶은 눈치다. 신규 투자자가 없는 상황에서 현산이 인수를 포기하면, 아시아나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실업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한항공을 비롯해 항공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기 때문에 업계 내 인력을 받아줄 여력도 부족하다. 두 회장의 만남은 이르면 다음주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공개적으로 면담을 제안한만큼 정몽규 HDC 회장도 만남을 회피하는 것은 부담이다”며 “이번 만남에서는 현산의 인수 의지보다 산은의 당근책이 협상 향방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