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D램 재고축적용 수요 힘입어 ASP 반짝 반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D램 영업이익률 상승
하반기 서버 수요 줄어 D램 가격 하락 예고…내년 초 가격 회복 전망
올 상반기 비대면 수요 덕을 봤던 D램 3사의 사업 실적이 3분기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우려로 인한 완제품 기업들의 반도체 '사재기' 수요가 주춤하고 D램 가격 상승을 견인한 서버 수요 성장세도 한 풀 꺾였다. 올 연말 스마트폰 성수기에도 가격 반등 가능성이 낮아 D램 사업 수익성은 4분기 저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D램 선두 3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D램 매출이 전 분기 대비 일제히 10% 이상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D램 사업에서 매출 74억4200만달러(약 8조8000억원), SK하이닉스는 51억5400만달러(약 6조1000억원), 마이크론은 35억8700만달러(4조2000억원)를 기록하면서 전 분기 대비 각각 13.8%, 18.7%, 16.3% 매출이 늘었다.
2분기 D램 가격은 코로나19 우려로 인한 완제품 기업의 재고 축적과 재택근무 등 비대면 경제 수요가 맞물리며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서버용 D램 수요가 크게 성장하면서 전체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을 전 분기 대비 약 10% 끌어올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사업 영업이익률은 가각 41%, 35%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D램 가격 상승은 반짝 호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부터 D램 가격 하락을 전망했다. 상반기 D램 사업의 수익성을 견인한 서버 수요가 빠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서버 기업들이 상반기 내내 재고 축적을 위해 D램을 사모았고 경기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서버 투자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에 기인한다.
이에 증권업계는 올 3분기 서버, 모바일, PC 등에 채용되는 전반적인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7~9%가량 빠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3분기 초입인 지난달부터 PC향 범용 제품인 DDR4 8Gb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3.13달러)은 전월(3.31달러) 대비 5.4% 떨어지며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로 D램 4위 공급사인 대만 난야의 지난달 매출은 전월 대비 7.8% 감소한 49억700만대만달러(약 200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대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올 3분기 서버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0% 하락하고, 모바일 D램 가격 역시 전 분기 대비 5~6%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은 올 3분기 한 자릿수 후반 가격 하락이 예상되며, 4분기엔 이보다 더 하락 폭이 커질 것”이라며 "모바일의 경우 올 상반기에 이미 재고 축적 수요가 있었고 서버의 경우 하반기 들어 일부 고객사들이 가격 하락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모처럼의 스마트폰 성수기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애플을 비롯한 주요 스마트폰 업계는 3, 4분기에 신제품을 출시한다. 그러나 올해엔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데다가 반도체 업계의 큰손인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정부 제재 여파로 스마트폰 양산에 차질을 겪게 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중국 경쟁사들이 화웨이 스마트폰 수요를 흡수할 경우 가격 변동 영향을 제한적인 것”이라면서도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격히 줄어들 경우 시황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이 여파로 인해 올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사업 수익성이 저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업계 전망치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D램 사업 영업이익은 올 3분기 5조원대에서 4분기 4조원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올 2분기 2조원대에 달한 D램 사업 영업이익이 올 4분기 1조원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D램 가격 하락 기간이 예년 보다 짧을 것이란 업계 관측은 공통적이다. 1년 넘도록 가격 하락 사이클이 지속된 예년과 달리 공급사들의 D램 재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가격 반등 여지가 크다는 소리다. 이 연구원은 “지난 2018년과 달리 공급사의 재고 레벨이 정상 수준까지 온 상황이라 가격 하락 기간이 길진 않을 것”이라며 “내년 1분기 말쯤 되면 전반적인 D램 가격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