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실업난, 수출 ‘암울’
전문가·OECD “재정확대해 고용·중소기업 지원 절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높은 -0.8%로 전망됐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고용과 수출은 여전히 위기다. 전문가들과 OECD는 재정확대를 통해 고용 유지 등 포용적 성장을 지속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현지시각) ‘2020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이 없다는 가정 하에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1.2%에서 –0.8%로 올랐다. OECD 회원국 중 최초로 올해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됐다. -0.8%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37개국 전망치 평균은 –7.5%다.

그러나 국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겪는 실물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수출은 부진하고 일자리도 줄고 있다. 소득대비 가계부채도 늘어 소비도 제한되는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노력이 절실해졌다.

◇ 고용·수출 부진, 소비도 제한

수출에서 다시 코로나19 영향이 커졌다. 7월 들어 나아지던 모양새였지만 다시 하락폭이 커진 것이다.

8월 1일에서 10일까지 수출액은 8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6%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보다 12.7% 감소했다.

수출의존성이 높은 한국에게는 타격이 크다. 지난 7월 한달간 수출이 7.0% 줄어 감소폭이 6월(-10.9%)보다 축소됐다. 특히 중국이 지난 2분기 성장률이 반등 하면서 한국도 수출 회복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8월 1~10일 수출액이지만 다시 감소폭이 커졌다.

이 기간 중국(-11.3%), 베트남(-23.5%), 미국(-22.3%), 유럽연합(EU·-13.9%), 일본(-27.8%), 중동(-51.2%) 등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에서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국민들이 경기 위기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일자리도 여전히 부진하다.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7월 취업자는 2710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7000명 줄었다. 3월이후 5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특히 산업의 주축인 제조업에서 5만3000명 줄었다. 제조업의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는 수출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도 올해 2분기 101.3(2015년=100)으로 전년보다 4.6% 떨어졌다. 

숙박·음식점업(-22만5000명), 도·소매업(-12만7000명), 교육서비스업(-8만9000명) 등도 취업자가 줄었다. 연령별로도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고용률이 줄었다.

실업자는 11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1000명 늘었다. 1999년 7월 이후 가장 실업자가 많다. 

실업은 취약계층에 집중됐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5∼10일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 6개월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했다는 직장인은 12.9%였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26.3%가 실직을 경험해 정규직(4%)보다 6.57배 높았다. 고임금노동자(2.5%)와 저임금노동자(25.8%), 남성(9.8%)과 여성(17.1%)도 차이가 컸다.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국내 소비도 제한 요인이 커졌다. 가계의 소득보다 부채 증가율이 커졌다. 지난 1분기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3.1%로 전년 동기보다 4.5%포인트 올랐다. 빚이 소득보다 더 많이 늘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시기가 오면 취약계층과 빚이 소득보다 과도하게 많은 가구를 중심으로 채무 부담이 커지고 이는 소비 위축의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 대출 연체율이 올랐다. 1분기말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1.92%로 전년 1분기말보다 0.09%포인트 높아졌다.

◇ 전문가·OECD “재정확대·고용 유지 절실”

전문가들은 실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국이 올해 OECD 성장률 전망치 1위라는 것은 경기 상황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른 나라가 너무 안 좋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현재 실물경제, 특히 일자리 부문과 취약계층 중심으로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정부의 고용 유지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며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이 연장되는 여행업 등 외에도 어려운 산업들이 많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중심으로 해고와 소득 감소가 일어나는 상황과 관련해 나 교수는 “대기업의 하청 비정규직 중심으로 해고가 늘고 있다. 이는 실직자와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은데도 이들을 보호할 제도가 미흡하다.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직을 고용보험 틀로 끌어오고 고용보험 요건을 완화해 즉시 적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정에 대한 소극성을 버리고 고용보험 제도를 확충해서 조속히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OECD도 한국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이후 소득보전, 고용유지 지원, 공공일자리 창출 등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고령층 등을 중심으로 분배가 악화되고 있다”며 포용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은 다른 회원국 대비 여성·청년 고용률이 낮고, 고령층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후 소득감소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상대빈곤율은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세후 지니계수로 측정한 소득불평등도는 OECD 국가 중 7번째로 높다. 이에 OECD는 “재정을 통한 경기 뒷받침을 지속해야 한다”며 “한국의 정부부채는 2019년 기준 40% 미만으로 주요국에 비해 낮다.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기반으로 코로나19 위기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10일 정부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년)’을 발표하면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 대신 완화해 약 20만명을 수급권자로 추가했다.

이에 빈곤사회연대는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와 폐지는 완전히 다르다”며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아니라 완화에 그칠 때 어떤 수준에서든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존속된다.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아닌 가족의 재산과 소득에 따라 수급권 여부가 결정되는 방식도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소비와 중소기업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재난기본소득 추가 지급 주장도 나왔다. 수출 부진은 코로나19 팬데믹 등 정부가 제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에 내수와 중소기업 활성화를 통해 실물경제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용복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는 “구조적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내수와 이에 의존하는 중소기업 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가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필요하다”며 “지난 재난기본소득 때보다 과감한 지원이 요구된다”고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재정 적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추경호 통합당 의원은 국가채무비율 45% 이하를 유지하는 재정준칙 도입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