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러시아까지 철수···국내 내실 다지기 집중
부진한 유통 사업 실적 개선에 전력···역점 추진하던 DT에도 집중할 듯
롯데그룹이 연내 백화점·마트·슈퍼 등 총 700여 점포 중 약 30%를 정리한다고 밝힌 가운데, 해외사업에도 칼을 빼들었다. 이는 최근 신동빈 회장이 언급한 해외사업 접근 방향과도 부합하는 모습인데, 동남아시아의 사업을 재정비하는 롯데그룹의 귀추에 주목된다.
최근 롯데는 국내를 넘어 해외 분야도 구조조정에 손을 대고 있다. 롯데쇼핑은 앞서 지난 4월 중국 선양점 운영을 종료했고, 현재 청두점 1곳만 운영 중이다. 단 남은 청두점 역시 매각하는 방향으로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롯데쇼핑은 베트남 온라인쇼핑몰 롯데닷브이엔 운영을 종료했고, 2017년 인도네시아 살림그룹과 합작 설립한 ‘인도 롯데 막무르’ 지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보유 지분을 합작사 살림그룹에 넘기기로 했다.
여기에 롯데쇼핑은 러시아 사업도 정리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롯데쇼핑 루스(LOTTE SHOPPING RUS) 법인 청산을 의결했다. 롯데쇼핑 루스는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롯데백화점의 해외 사업 1호점이자 국내 백화점의 해외 진출 첫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모스크바점은 그동안 영업 부진에 시달렸고 2018년에는 매장 규모를 대폭 줄였다.
이에 따라 롯데는 당분간 해외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 자바섬 공장 인근에 5조원가량을 투입한 대규모 유화 단지를 조성하는 등 동남아시아 키우기를 추진해왔다.
롯데쇼핑 측은 “롯데호텔 모스크바의 1층과 지하 1층 소매점 위탁경영이 6월30일부로 계약이 끝나면서 더 이상 러시아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없어 법인도 청산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롯데의 결정은 성과가 더딘 사업은 버리고 수익성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서도 사업 침체가 시작돼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매장이 현지 전통 브랜드에 밀린 영향이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2020 하반기 롯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뉴노멀이 된 ‘70% 경제’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 최적화를 위해 많은 생산시설이 해외로 나갔지만, 지금은 신뢰성 있는 공급망(Supply Chain) 재구축이 힘을 받고 있고 투자고 리쇼어링하고 있다”면서 국제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시기인 만큼 해외사업을 진행할 때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간 롯데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유통, 식품 진출 이후 화학, 건설 등 전 부문으로 확대하며 투자를 진행했다. 베트남 호찌민에는 5만㎡ 부지에 백화점, 쇼핑몰, 호텔 등 편의시설과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에코스마트시티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고, 하노이에도 약 7100억원을 투입한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조성 중이다.
신 회장의 발언을 미뤄보아 롯데는 현재 동남아 사업 방향을 개편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는 베트남에 롯데GRS 법인을 설립한 바 있고, 베트남에 롯데마트 2호점, 인도네시아에도 매장 2곳을 추가할 계획이지만, 잠시 해외 사업 확장을 멈추고 국내로 시선을 돌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사업의 경우 신 회장이 “회사 간 시너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 만큼, 본업 경쟁력 제고와 그간 추진해 온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DT)에 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부진한 유통 사업의 실적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쇼핑은 올 1분기 영업이익 5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6% 감소했고, 매출액은 4조767억원으로 8.3% 줄었으며 당기순손실은 43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1분기엔 코로나19 여파가 적었던 1월 실적이 포함됐지만 2분기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 시기로,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국내 구조조정 대상은 추리는 중이고, 해외도 마찬가지”라면서 “해외 사업도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정리하고 수익성 확보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