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노조 활동 범위 등 근로조건 논의할 듯
노조 "회사 측에서 노조 인정 안 해"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한달 여에 걸친 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삼성이 무노조 방침을 철회한 후 노동쟁의 조정도 받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다섯 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지만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진이 여전히 노조를 임직원 대표 협의기구로 인정하지 않아 교섭에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년 간 운영해온 노사협의회를 협의기구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17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오는 21일 첫 번째 노동쟁의 조정회의가 예정됐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교섭 과정에서 조합원 가입 범위를 상당히 축소시켜 제안한 상황"이라며 "앞서 진행된 단체교섭에서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는 합의에 진척이 없었다. 노조 설립 5개월간 허용된 활동은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인 세이플러스가 전부”라고 주장했다.

노사는 지난 5월 말부터 이달 9일까지 다섯 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교섭 이전부터 회사 측에 기본협약안 등을 통해 기존 노사협의회와 동등한 수준의 여건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단체협약에 최종 서명을 하기 전까진 노조 활동에 대한 합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설립 후 5개월이 지났지만 회사가 여전히 노조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오히려 기존 노사협의회를 통해 사내 공지를 활성화하고 임직원 민원을 접수받는 등 이례적인 소통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반면 회사 측은 노사협의회가 이전부터 진행해 온 활동이라 이를 통해 협의를 이어갔다는 입장이다.

이달 초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와 김정란, 이창완 공동 노조위원장과 면담 자리를 가졌지만 양측은 의견차를 크게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에 따르면 이동훈 대표는 노조위원장에게 노사협의회가 20년간 직원들이 선출한 대의기구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 60% 이상의 투표율로 선출된만큼 대표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 대표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문화는 그룹차원에서 시행 중인 SCI 진단을 근거로 그룹내 1위를 달성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면서 "노조가 노사협의회와 동등한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노사협의회의 투표율인 과반 수준의 조합원을 확보해 역량을 키우라는 입장을 노조위원장에게 전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지속적으로 회사 측이 노조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노사 양측이 조정회의를 통해 입장차를 좁힐지 주목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쟁의 조정을 두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6일 대국민사과와 함께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삼성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이사회 산하에 두는 등 준법감시위 권고 이행 방안을 마련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 계열사 중 가장 먼저 노사 임단협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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